[르포] "민주주의 승리" 바이든 취임사에 지지자 환호 터진 워싱턴 거리 가보니...

입력
2021.01.21 07:03
수정
2021.01.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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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46대 대통령 취임식 진행
군·경찰 철통경계 속 사고 없이 마쳐
"희망, 통합, 빛의 미국 이야기 써나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신이시여, 미국에 축복을. 그리고 우리 군대를 지켜주소서. 감사합니다, 미국이여.”

20일(현지시간) 낮 12시 13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분의 취임사를 마치는 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인 ‘PQST’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6일 발생한 의사당 난동 사태, 1년째 미국을 괴롭히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는 제한된 인원 1,000여명만 초청됐다. 일반 시민들의 취임식장 인근 접근도 제한됐다. 워싱턴 시내 역시 3m 높이의 철책과 군용 트럭, 경찰차 등으로 철통같이 차단됐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 개막을 축하하는 물결은 막지 못했다.

의사당 취임식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스포츠바 형태 이 식당 앞에는 5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 있었다. 이들은 TV에서 방송되는 취임식 생중계 장면을 지켜보며 바이든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워싱턴 주민 로비는 “취임식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길이 막혀 있어 안타까웠다. 이렇게라도 응원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사흘 전만 해도 이 식당에서 50m 거리인 펜실베이니아애비뉴까지 나가 의사당을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취임식 때문에 삼중 철책으로 길을 가로막은 상태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에서 지지자들이 TV에서 중계되는 취임식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에서 지지자들이 TV에서 중계되는 취임식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그렇지만 지지자들의 축하 열기는 뜨거웠다.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왔다는 50대 여성 셰릴 맥키엔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를 단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능력, 진실, 정직함을 원한다. 쪼개진 이 나라를 제대로 되돌려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취임사가 시작되던 시간 의사당 북쪽 미 노동부 건물 철책 앞에도 1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 있었다. 취임식 무대가 보이지 않아 휴대폰으로 취임식 생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매튜 부부는 “친구들이여,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 박수를 쳤다. “의사당 반란도 큰 문제였고, 4년간 서로 미워하게 된 것도 문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 된 미국을) 해내리라 믿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워싱턴 백악관으로 향하는 거리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워싱턴 백악관으로 향하는 거리가 완전히 차단돼 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미국인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에 관한 미국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통합이 없으면 평화가 없다. 오직 쓰라림과 분노만 있다. 진보가 없고 소모적인 격분만 있고, 나라가 없고 혼란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위기와 도전의 순간이다. 통합이 전진하는 길”이라고 ‘하나 된 미국’을 호소했다.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맹세하건대 나를 지지한 사람을 위해서 싸우는 만큼,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 미국 내 테러리즘을 지목한 뒤 “미국은 이 세력들에 맞서 싸워야 하고 반드시 물리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당 난동 사태를 언급하면서는 “절대 이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의사당 이스트 프론트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의사당 이스트 프론트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사회 통합으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라는 성경 시편 구절도 인용했다. 그가 연설 도중 코로나19로 사망한 4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기리기 위해 묵념을 청하자 취임식장은 물론 거리에서 취임식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머리를 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부분 미국 국내 과제 극복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외교정책 등과 관련해선 “우리는 단순히 힘이라는 사례가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의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 경시 정책 대신 다자주의와 동맹을 중시해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나 중국, 이란 등 구체적인 나라는 거론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주먹을 부딪혀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주먹을 부딪혀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는 이날 오전 성당 미사로 시작했다. 그는 역대 2번째 가톨릭 신자 미국 대통령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 대통령이 백악관 앞 세인트존스교회에서 취임 당일 예배를 한 것과 달리 세인트매슈성당을 찾았다. 미사 후 의사당에 도착한 그는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등과 인사를 했고, 이날 취임식 이전에 플로리다로 떠나버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행사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날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에는 2만5,000명의 주방위군 군 병력이 경찰, 법 집행인력과 함께 철통 경계를 펼쳤다. 백악관 인근 거리에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바이든 대통령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도 여럿 등장했지만 시민들의 워싱턴 접근이 제한되면서 시내 거리는 텅 빈 모습이었다. 거리 경비를 서던 한 주방위군은 “임무를 문제 없이 잘 마치고 복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취임식 직전 의사당 인근 연방대법원 건물에 폭탄 설치 허위 신고가 접수된 것 외에는 워싱턴에서 큰 사건 사고 없이 바이든 시대 첫날이 저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포옹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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