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접근법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미국
우리 외교팀 창의적 방안으로 설득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인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미국통인 김형진 서울시국제관계대사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에 맞춰 외교 수장을 교체하고 대미 외교 라인을 일신한 것은 한미 동맹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프로스세스를 다시 추동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마침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정책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북한을 향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 특히 한국 등과 긴밀히 상의해 모든 제안을 다시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북 접근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식 북핵 접근법을 폐기하겠다는 얘기다.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새로운 접근법을 한국과 상의해 짜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지명자도 "한국과 방위비 협상의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갈등 요소였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것은 그 만큼 미국도 동맹 복원 의지가 강하고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다.
새 대미 외교 라인은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미국을 적극 설득하는 선제적 외교에 나서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확정되기 전 우리의 입장이 가급적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미국의 불안도 함께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정부에 이미 지나간 트럼프 정부의 싱가포르 선언 계승 요구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새 상황에 맞는 창의적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바이든 정부가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주민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융통성을 비친 만큼 이를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 재개 분위기 조성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 모두 동맹강화 외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긴 어렵다. 그 동안 다소 서먹해진 한미 동맹을 다시 촘촘하게 짜는 게 급선무다. 이를 통해 새 대북 접근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새 지평을 여는 게 정 후보자의 책무다. 정 후보자와 블링컨 지명자를 중심으로 한미가 드림팀처럼 호흡을 맞춰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을 불러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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