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은 毒" 깃발 들고... 주말 네덜란드 휩쓴 '反봉쇄' 시위

입력
2021.01.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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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암스테르담 중심가에 2000여명 운집
경찰에 돌 던지는 등 극렬 시위... 15명 구속

네덜란드 경찰이 17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반봉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물대포로 진압하고 있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경찰이 17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반봉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물대포로 진압하고 있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보육 보조금 스캔들’로 내각이 총사퇴한 네덜란드에서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당국은 집회를 불허했지만, 참가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에 협조하지 않아 시민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일간 텔레흐라프는 17일(현지시간) 수도 암스테르담 중심지인 뮈셈플레인에서 2,000여명이 참가한 반(反)봉쇄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1.5m 간격도 지키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는 ‘코로나19 백신은 독’이라는 깃발을 들고 행진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찬양하는 깃발도 눈에 띄었다.

격렬한 시위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 당국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 일부는 화약과 금속봉을 휴대하고 돌을 던지는 등 경찰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의 동영상도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경찰은 물대포와 기마경찰대를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서 143명을 체포했다. 이 중 15명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당초 당국은 마르크 뤼터 총리에 반대하 반봉쇄 집회를 금지했으나 시위대는 개의치 않았다. 네덜란드 정부는 앞서 12일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봉쇄 조치를 3주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병원, 슈퍼마켓과 같은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 학교, 음식점 등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여론은 당국의 지시를 무시한 시위대를 비난하는 기류가 좀 더 강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시위대가) 시스템 자체를 뒤집으려 했다”며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친(親)트럼프 시위대에 빗댔다. 네덜란드 최대 일간지 ‘알헤메인 다흐블라트’의 한스 네인하위스 편집장은 “시위대는 자신들만의 뉴스와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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