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14일 동료 직원 A씨를 성폭행해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B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했다. B씨가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법원이 정신과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피해 여성이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B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처음으로 법적 판단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이 불거진 후 줄곧 이 문제를 회피해 왔던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서울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고 피해 여성이 여권으로부터 각종 2차 가해를 받았는데도 책임감이나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간 여권은 피해 여성을 지원하기는커녕 ‘피해 호소인’ 등으로 지칭하며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고,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 피소를 시장 측에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짓자 윤준병 의원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이 어떻게 다른 당 의원들의 성추행 사건을 비판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경찰이 여권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다 하더라도 경찰이 사건 경위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성추행 방조 혐의 등도 무혐의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남 의원만 해도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고 나서야 피소사실 유출 혐의가 드러나 결국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이런 식으로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을 뭉개면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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