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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는 안 지키고 가해자 지키냐" 양부 호위한 경찰에 분노

입력
2021.01.13 17:40
수정
2021.01.13 18: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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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증인 17명 신청하며 혐의 입증 의지
불구속 양부는 경찰 호위받고 법정 퇴장

입양한 딸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입양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입양한 딸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입양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피고인 장OO의 주된 공소사실을 살인으로, 예비 공소사실을 아동학대치사로 하여 공소장 변경을 신청합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법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양 양모 장모(34)씨의 재판에서, 검사가 '살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법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모에게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라며 분노하던 방청객들은 얕은 탄성과 탄식을 내뱉었고, 피고인 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양부모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이날 첫 공판 시작과 함께 양모 장씨는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법정에 들어섰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장씨는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직업을 묻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검사가 정인양의 쇄골 골절부터 췌장 절단에 이르기까지 학대당한 정황을 담은 공소사실을 말하는 도중, 장씨는 준비해 온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두 달째 구속된 양모 장씨와 불구속 상태인 양부 안모(36)씨는 재판 내내 서로를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의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인이 사건’의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형량이 중한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동시에 17명의 증인을 신청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장씨 측 변호인이 "17명을 모두 부를 필요는 없어 검토 후 줄였으면 한다"고 반박했지만, 재판장은 "증인과 증언 관련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으므로 이에 대해 더 할 이야기는 없다"며 물리쳤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한 양부 안씨는 이날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릴 것을 예상한 듯 전날 경찰에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했고, 법원 청사 개방시간에 맞춰 미리 법원에 들어와 질문 세례를 피했다.

재판이 끝나고 양모 장씨가 법정을 빠져나가려 하자 한 방청객이 일어나 "이 악마같은 것들아, 네가 살려내"라고 소리를 질러 법정 경위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구속 피고인인 장씨는 법원 내부 통로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재판이 끝나고도 법정 앞에서 기다리는 시민 50여명 때문에 20분간 법정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안씨는 경찰관 30여명이 투입돼 둘러싸듯이 길을 내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안씨가 경찰 호위를 받아 나오자 시민들은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며 몰려들었고,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법정 앞 통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를 본 한 시민은 "경찰이 가해자는 이렇게 보호하면서 왜 아이는 보호하지 못 했느냐"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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