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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의견, 정인이 양모 살인죄 이끌어…인정 시 형량 두배

입력
2021.01.13 15:19
수정
2021.01.13 20:5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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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죽을 수 있다는 것 알면서도 밟아"
양모 "췌장 절단 될 만한 힘 가한 적 없어"
재판 과정서 '미필적 고의'? 입증 쟁점될 듯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13일 오전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을 추모한 뒤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13일 오전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을 추모한 뒤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정인이 사건(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주범으로 기소된 양모 장모(34)씨의 혐의에 살인죄를 추가했다. 정인양 사망에 장씨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장씨는 첫 재판에서 학대나 살인에 고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13일 열린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된 공소사실로 적용하고, 아동학대치사를 예비 공소사실로 바꾸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먼저 살인 혐의에 대해 재판부에 판단을 구하고, 살인죄가 입증이 되지 않으면 아동학대치사에 대해 판단을 받겠다는 뜻이다.

검찰 "복부 강타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 알아"

검찰은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해 몸상태가 극도로 나빠진 16개월 연령의 피해자 복부에 강한 둔력을 가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장씨가 알고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양팔을 잡아 흔들어 팔꿈치 탈골을 일으키고, 복부를 수회 때리고 발로 밟는 등 강하게 가격해 췌장 절단, 복강내 출혈로 사망케 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살인죄 구성요건인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장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 후 장씨에 대한 프로파일링 결과를 수령하면서 판단이 달라졌다. 프로파일링 중 나온 유의미한 결과를 토대로 법의학 교수와 부검의 등 3명에게 정인양 사인에 대한 재감정을 받았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검찰에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서 의사회는 외력으로 췌장이 절단되려면 △자동차 대 사람의 교통사고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수준의 충격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의학 전문가들과 의사회는 공통적으로 장씨를 두고 '살인의 의도가 있었거나, 최소한 사망 가능성에 대한 인지는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모 "죽을 정도로 강한 충격 행사하지 않아"

정인이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인이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장씨는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그날따라 화가 나 평소보다 좀더 세게 정인이의 배와 등을 밀듯이 때린 적이 있다"며 "감정이 북받쳐 양팔을 잡고 흔들다 가슴수술 통증으로 떨어트렸지만 곧바로 안아올렸다"고 폭행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췌장이 절단될 만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고, 고의로 사망하게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인양을 자동차에 혼자 두거나 때려서 골절 등을 유발한 행위 등 아동학대와 유기·방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했으나 역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씨 측은 "육아 스트레스가 있었고, 당시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신경한 엄마였다"며 "적절한 영양 공급과 병원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기본적인 양육과 보호에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부 안모(36)씨는 아내 장씨의 학대를 방임한 혐의에 대해서는 "장씨가 양육을 잘할 것이라 믿었고, 집에서 잘 먹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 바로 병원을 데려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살인죄 인정시 형량 크게 늘어

장씨의 주된 혐의가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됨에 따라, 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하는 경우 양모가 받게 되는 형량 또한 2배 이상 무거워질 전망이다. 두 죄의 법정형을 보면 △살인죄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특히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두 죄의 형량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살인죄의 경우 기본 양형을 기준으로 보통 동기의 살인의 경우 징역 10~16년형으로 설정돼 있고, 아동학대치사는 기본 기준이 징역 4~7년으로 설정돼 있다.

다만 살인죄는 아동학대치사죄와 달리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 검찰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판은 장씨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정인양이 죽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는지, 즉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김상준 변호사는 "법원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주관적인 동기를 동시에 고려해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가해의 방법과 동기, 응급조치 등 사후처치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씨 부부는 지난해 1월 정인양을 입양한 이후 3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방치하는 등 학대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는 등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로 서울 양천구 소재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장씨 부부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열릴 예정이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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