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인이 부모다" 양부모 첫 재판 법원 앞 분노 물결

입력
2021.01.13 10:23
수정
2021.01.13 20:5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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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몰려 "살인죄 적용하라" 엄벌 촉구

정인이를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호송차량이 들어가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손펫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인이를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호송차량이 들어가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손펫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인이 사건(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피고인인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남부지법 앞은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아침 일찍부터 북적였다. 본법정과 중계법정 2곳은 방청객 수십명이 들어차 재판 내내 탄식이 흘러나왔고, 재판 후에는 수백명이 양모의 호송차로 몰려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30여명이 붉은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은 마스크를 쓴 채 법원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양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원한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속된 양모 장모(34)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법원으로 왔다는 최경환(43)씨는 "딸 둘이 있는데, 어른으로서 정인이를 위해 엄벌 촉구라도 해야 아이들 얼굴 볼 면목이 생길 것 같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밖에도 '정인아 미안해'라고 쓴 띠를 두른 남성, 토끼 인형탈을 쓰고 망치를 든 여성, 정인이의 생전 모습을 현수막처럼 뽑아서 몸에 걸친 시민 등이 법원 앞을 지켰다. 시민들은 "양부도 구속하라" "장씨는 살인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신고가 3번이나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응한 경찰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정인이 양부모의 첫 재판은 방청권 경쟁률이 15.9대1에 이르는 등 관심이 매우 높았다. 경찰은 오전 8시 25분부터 법원 인근에 노란색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경력 250여명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양부 안모(36)씨는 분노한 시민들과 취재진을 피해 이날 오전 일찍 법원에 미리 들어섰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재판 내내 한숨을 내쉬던 시민들은 종료 직후 본법정 앞에 몰려 안씨를 기다렸다. 안씨는 시민들을 피해 20분 동안 법정 안에 머무르다가, 회색 패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법원 직원들과 함께 빠져 나왔다. 경찰 30명 가량이 안씨를 위해 길을 터주자 시민들은 "살인자를 왜 보호해 주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안씨는 차량 탑승 직전 "재판이 끝났는데 할 말 없느냐" "정인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고도 법원 바깥은 한동안 장씨를 기다리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1시 50분쯤 장씨를 태운 법무부 호송차가 법원을 떠나려 하자 수백명의 시민들이 순식간에 호송차 앞으로 몰려들어 소동이 일기도 했다. 호송차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이모(39)씨는 "나도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며 "내가 어릴 때는 옛날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2020년에도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었다는 게 용납이 안 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하고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이들에게 입양됐다가 10월 13일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 등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로 서울 양천구 소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유지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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