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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없어 제비뽑기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도입 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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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이랑 주말에도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야 해서 24시간 긴장 상태에요. 학대가 맞는지 판단하고 피해아동을 가해자와 분리하고… 전담공무원으로 일한지 석달이 넘었지만 제대로 일하는 것인지 자신이 없네요."(경북 기초자치단체의 아동보호팀장)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과 해결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맡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했지만, 현장에선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제도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난해까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에 290명이 배치됐다. 올해는 전체 시군구로 664명까지 확대될 예정이지만, 제도 도입 전 예측한 최소 필요인원인 832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신고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 배치를 권고했지만 현실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신고는 4만1,388건으로, 이중 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0건으로 집계됐다. 전담공무원 664명을 기준으로 치면 1명당 62.3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신고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가 정한 '50건당 1명'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충북 청주시의 한 전담공무원은 "사무실 전화를 휴대폰으로 착신전환 해놓고 밤낮으로 현장에 나간다. 매뉴얼에 따라 피조사자가 퇴근한 밤시간에 가정을 방문하고, 피해아동 응급조치까지 하다보면 새벽 퇴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곳은 업무를 맡겠다는 직원이 없어서 제비뽑기로 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전담공무원도 "전담이 1명인 경우 아보전이나 경찰 도움을 받지 않으면 나홀로 출동을 해야 하는데, 조사를 거부하거나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지만 현장업무는 처음이라 교육이 필요한데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지원 부족을 언급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경북 포항시의 한 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이 다수이거나 영유아인 경우도 있고, 가해자가 보복성 연락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승합차나 카시트, 공용휴대폰 등이 필요하지만 상담실 구축비 2,000만원을 제외하면 지원이 전무하다"며 "편성된 예산이 없어서 전담공무원이 자비를 쓰는 지자체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담공무원 조기 배치 △예산 지원 △처우 개선 △아동학대 쉼터 확충 등을 촉구하는 전담공무원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가 아보전에서 지자체로의 업무이양에만 초점을 맞추자 보니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발생요인과 유형이 모두 달라 1차 대면 조사자는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지녀야 한다"며 "40시간의 준비(사전교육)만 거치면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너무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보전과 일정기간 함께 일하도록 해서 전문 소양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담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도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동보육 전문가도 "전담공무원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예산과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동학대 사례를 공유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되고,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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