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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에 뒷북치는 정치권..."정치적 이용말라" 빈축

입력
2021.01.05 16:30
수정
2021.01.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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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김종인·안철수 '뒷북' 사과
정치권, '원영이 사건' 등 때도 말뿐인 성토
"안타까운 죽음에 표 구걸 낯뜨거운 작태"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대근 기자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을 놓고 정치인들이 이번에도 너나할 것 없이 숟가락을 얹는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여야가 법과 제도를 고쳐 아동 학대를 막겠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건이 터진 뒤에만 '반짝' 이슈 몰이에 올라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실질적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띄운 이후 첫 페이스북 게시글로 정인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그 동안 수많은 정인이가 있었고, 그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뒤늦은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부끄럽게 또 다짐한다"며 "잘못은 모두 뜯어 고치고, 필요한 일은 더 촘촘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4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인아 미안해'라고 적은 A4용지를 들어보이며 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웃과 어린이집, 소아과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경찰을 향해 '뒷북' 호통을 쳤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인이 사건을 서울시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안 대표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무엇보다도 치밀하기 못한 서울시 행정이 이 악을 방치하고 키워냈다"며 "중앙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단체라도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책임이 정말 크다"며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이유를 다시 한번 부각했다.


'원영이 사건' 때도 말뿐...관련 법안 계류중 "국회 책임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아동학대 문제에 말뿐인 정치인들의 반복적인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7살 원영이가 계모의 상습적 학대로 사망하고, 지난해 계모가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 등이 터졌을 때도 정치권의 공허한 외침은 계속됐다.

5년 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원영이 사건'을 두고 "철저한 단계적 대책을 마련하고 엄격히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전된 정책은 없었다. 지난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여행용 가방에서 숨진 아동 사건에 대해 "이 문제를 책임지고 앞으로 정책과 또 예산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지난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정인이는 왜 죽었나?'가 방영된 이후 국민들이 먼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는 등 아동학대 개선 촉구를 강하게 요구하자 뒤늦게 정치권에 발동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뒤늦게 오는 8일까지 아동학대 방지 관련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생후 16개월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한 故 정인 양의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생후 16개월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한 故 정인 양의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하지만 아동학대를 막는 입법을 책임진 정치인들의 말뿐인 성토에 국민들은 진정한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회에 90여건의 아동학대 방지 및 예방에 관한 법안들이 계류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인이 사건 관련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치인도 공범이다(ne******)", "정치인들은 국민들 분노가 빗발치니까 이제서야 관련 입법을 보완 추진하겠다고 한다(jo******)",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진심 토나온다(cr******)", "입에 발린 소리. 표 구걸하는 낯 뜨거운 작태가 보인다(lc******)",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아이로 표심 사지 마라(kk******)"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에 관련 법안이 90여건이나 계류 중이라는 것은 개정의 필요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실 (국회가) 정쟁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정작 해야될 일은 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회의 책임도 있다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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