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창녕·천안·양천...아동학대 지속되는데 컨트롤타워가 없다

입력
2021.01.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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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뉴스1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뉴스1

아이들이 매년 어른들의 학대로 스러지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대응할 전담 컨트롤타워가 없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초동대응 채널이 여러 갈래로 분산돼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혼선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복지부와 경찰청,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등으로 다양하다. 학대 의심신고는 경찰과 각 지자체, 아보전이 모두 접수할 수 있다. 경찰은 배당 받은 수사팀에서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고,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나 아보전의 경우 경찰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한다. 아보전은 피해자 보호 및 사후관리도 담당한다.

복지부에서는 경찰이나 아보전, 지자체가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입력한 사건처리 정보를 토대로 전반적인 정책 마련 및 예산을 집행한다. 여러 기관이 관여하는 이유는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2019년 기준 75.6%)이 부모이고 사안도 예민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 협조가 필요해서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분산된 역할을 조정·관리할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정인이 사건(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의 경우, 경찰과 아보전이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양부모 행위가 학대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부터 지자체에 전담공무원까지 두면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은 더 복잡해졌다. 현장에선 일선 경찰관이나 공무원 각각의 전문성이나 경험에 따라 대응 수준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법무부 아동인권과장을 지낸 김영주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학대아동 보호체계 점검' 긴급 간담회에서 "컨트롤타워가 없어 사건이 발생해도 이것이 아동학대가 맞는지, 맞다면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과 학계는 수년 전부터 아동학대 컨트롤타워 신설을 주장해왔지만, 매번 논의 단계에 머물렀다. 2013년과 2014년 울산 및 경북 칠곡에서 잇따라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2017년 한국지방정부학회는 '아동학대 보호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부처간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고,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는 "신고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해결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며 독일 청소년청을 모델로 한 '아동청'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 보고를 통해 협업 체계 정비안을 내놨다. △경찰은 가해자 대응 및 피해자 연계 △아보전은 사후관리 △지자체는 모니터링 지원으로 업무를 구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휘 체계가 다른 각각의 기관 업무를 바탕으로 마련된 방안이라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전문성을 보장하고 협력을 원활하게 유도할 협의기구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으로 맡아온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소관 부처가 다수 얽혀 특정 기관에만 해결 노력을 요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역할 분배와 전문성 강화를 가능케 하는 큰 틀의 협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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