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엄마’라는 두 글자에 진 빚

입력
2021.01.0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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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인터뷰-엄마’를 시작하며

엄마의 얼굴.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그래픽 김대훈

엄마의 얼굴.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그래픽 김대훈

엄마, 하고 불러봅니다.

나를 있게 한 생명의 원천 엄마. 아들은 얼굴조차 기억 나지 않아도 엄마가 늘 그립고 그리워 한 장 남은 흑백 사진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급성 맹장염(충수염)으로 돌아가신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7년뿐이지만 그보다 훨씬 긴 세월 내 마음속에서 함께하셨어요. 이제 아들도 예순다섯이니 곧 만나 뵙겠지요. 이승에서 못다한 얘기하면서 영원히 함께 살아요.”(신재득 독자)

엄마는 왜 많은 이들에게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김소연 독자)일까요. 아마도 “엄마는 언제나 내 편”(최소란 독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엄마에게 나도 그런 존재가 돼 주었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엄마의 사진을 뒤적여보지만 “사진으로 담긴 엄마는 심지어 생일날조차 일하시는 모습뿐”(신정은 독자)입니다.

엄마는 늘 자신보다 자식이 먼저였습니다. “20년 넘게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힘든 걸 본인이 잘 안다며 이제는 회사 다니는 저를 위해 아이를 봐주시니 염치 없이 의지하고 있어요.”(박희경 독자)

그런데도 엄마는 뭐가 그리 늘 미안한지요. “5년 전 상상하지도 못한 병에 걸려 수개월간 병원에 계시면서도 내 김장 못해주신 걸 미안해하셨어요”(김순희 독자) “암이 재발해 힘겹게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오늘도 전화해 ‘머 먹었노? 꼭 영양가 있는 거 챙겨 먹으라’며 제 끼니 걱정을 합니다”(이연선 독자) 엄마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안쓰러움이 밀려오는”(김미경 독자) 이유입니다.

엄마가 내 삶의 푯대라는 걸 엄마는 알까요. “가게 차릴 돈도 없어 집에 ‘미용실’을 만들어 억척스럽게 홀로 4남매를 키우신 엄마, 가난은 자랑할 일은 못 되지만 그렇다고 비굴하게 굴 이유도 아니라고 가르치셨어요.”(이은주 독자)

그런 당당한 삶의 태도를 물려준 그 엄마가 이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아이고, 내 새끼’라며 볼을 쓰다듬던 그때의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이은주 독자) 딸은 펑펑 웁니다.

그래서 바라고 바랍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 고맙고 미안해. 엄마는 최고의 엄마야.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를 할 테니, 꼭 내 딸로 태어나.”(이연선 독자)

‘인터뷰-엄마’는 그런 엄마의 삶을 기록하는 연재물입니다. 엄마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불러내어, 엄마의 삶과 성취를 조명합니다. 엄마의 목소리로 쓰는 허스토리이자, 살아있는 정의입니다.

그렇잖아도 삶이 팍팍하던 시기, 코로나19까지 겹쳐 더 힘들었습니다. 2021년에도 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갖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한번 힘을 내볼까요. 내가 잉태될 때부터 탯줄로 에너지를 나눠준 단 한 사람, 내가 잘 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존재인 엄마를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나지막하게 읊조려 보는 새해 아침입니다. 엄마-.

※기사 속 인용구들은 ‘엄마의 사진ㆍ스토리 공모’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사연입니다.

카메라 너머 내 딸, 내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한없이 포근합니다. 그래픽 김대훈

카메라 너머 내 딸, 내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한없이 포근합니다. 그래픽 김대훈


사진 속 엄마들은…

※표기는 ‘어머니 성함(연세 또는 작고하신 해, 응모 독자)’, 가나다순.

▲강금출(77세, 김봉남 독자) ▲강기순(84세, 김미경 독자) ▲구태자(77세, 유선영 독자) ▲국재규(89세, 양봉선 독자) ▲권용자(57세, 이예진 독자) ▲김갑제(2011년 작고, 김종협 독자) ▲김경숙(51세, 전지연 독자) ▲김경숙(61세, 강아름 독자)ㆍ최영희(67세, 시어머니) ▲김귀분(85세, 김현정 독자) ▲김남순(2016년 작고, 석호일 독자) ▲김미옥(60세, 이연선 독자) ▲김순기(1992년 작고, 이건원 독자) ▲김양자(81세, 손호영 독자) ▲김연주(83세, 조현희 독자) ▲김영숙(64세, 박현옥 독자) ▲김옥열(86세, 임규남 독자) ▲김옥자(83세, 소은선 독자) ▲김외주(79세, 이태화 독자) ▲김용림(2001년 작고, 김종민 독자) ▲김절자(80세, 유선영 독자) ▲김정식(84세, 고경석 독자) ▲김정옥(82세, 이은미 독자) ▲김태련(86세, 김유경 독자) ▲김형례(2015년 작고, 김우곤 독자) ▲나기준(2020년 작고, 권보경 독자) ▲남궁영순(79세, 이기숙 독자) ▲노정임(63세, 김현정 독자) ▲문옥화(54세, 최수연 독자) ▲문정심(53세, 구본균 독자) ▲박계순(2019년 작고, 오영옥 독자) ▲박순옥(2018년 작고, 김영은 독자) ▲박애경(75세, 조민영 독자) ▲박옥섭(1985년 작고, 김영욱 독자) ▲박정순(75세, 임현정 독자) ▲배삼덕(72세, 김혜영 독자) ▲백남련(1982년 작고, 전윤선 독자) ▲백옥기(86세, 김지애 독자) ▲변남옥(60세, 도지애 독자) ▲사공정희(2017년 작고, 김은경 독자) ▲손경미(2017년 작고, 윤보람 독자) ▲손금자(86세, 이재흥 독자) ▲송봉단(66세, 전아름 독자) ▲송옥선(55세, 이수민 독자) ▲신건숙(65세, 김소연 독자) ▲심상선(86세, 성용미 독자) ▲안복재(82세, 도지윤 독자) ▲양부자(79세, 김순희 독자) ▲양순자(2020년 작고, 전미화 독자) ▲염영순(58세, 김영운 독자) ▲예무순(2012년 작고, 조춘자 독자) ▲오순복(2018년 작고, 전원경 독자) ▲오야무(2015년 작고, 임경숙 독자) ▲오윤주(74세, 최소란 독자) ▲오점례(69세, 정혜령 독자) ▲오춘자(2010년 작고, 이은미 독자) ▲오호임(86세, 윤기순 독자) ▲원경옥(66세, 송송민 독자) ▲유금순(92세, 김종덕 독자) ▲유복순(2020년 작고, 유석주 독자) ▲유창목(84세, 정양순 독자) ▲윤광남(90세, 문승권 독자) ▲윤영자(96세, 오윤성춘 독자) ▲이경순(82세, 신정은 독자) ▲이교정(61세, 김혜영 독자) ▲이규철(2014년 작고, 조순자 독자) ▲이도분(1969년 작고, 허찬욱 독자) ▲이명선(73세, 하영숙 독자) ▲이미애(61세, 이수지 독자) ▲이민명(76세, 이서율 독자) ▲이봉애(76세, 박희경 독자) ▲이상복(2017년 작고, 송치호 독자) ▲이안기(2020년 작고, 유의태 독자) ▲이옥녀(2017년 작고, 고재태 독자) ▲이이분(2015년 작고, 이진아 독자) ▲이정례(1985년 작고, 박경희 독자) ▲이정순(93세, 박은주 독자) ▲이정자(73세, 송주연 독자) ▲이종순(1964년 작고, 신재득 독자) ▲이해윤(55세, 곽원주 독자) ▲이현남(81세, 김영애 독자) ▲이희준(82세, 김진옥 독자) ▲장순재(85세, 유미숙 독자) ▲장정애(69세, 김경미 독자) ▲전경임(75세, 김동영 독자) ▲전숙이(78세, 안정연 독자) ▲전이금(2017년 작고, 신경훈 독자) ▲정동분(1987년 작고, 이명애 독자) ▲정소임(2020년 작고, 김은숙 독자) ▲정연옥(85세, 이선희 독자) ▲정용주(2003년 작고, 황영남 독자) ▲조분늠(91세, 권미숙 독자) ▲조애순(85세, 이은주 독자) ▲차길순(2020년 작고, 정용욱 독자) ▲천정자(2020년 작고, 이경숙 독자) ▲최수남(81세, 박지영 독자) ▲최양숙(60세, 김슬예 독자) ▲하영숙(52세, 안지윤 독자) ▲한인순(2019년 작고, 황명순 독자) ▲허삼심(2004년 작고, 박재관 독자) ▲허순남(2020년 작고, 이미영 독자) ▲황남연(65세, 윤용진 독자)

※ ‘엄마의 사진’ 공모에 참여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성함 등 정보가 기재돼있지 않거나, 응모 독자의 전화번호가 없어 확인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부득이하게 싣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김지은 인스플로러랩장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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