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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0만년 만의 조우

입력
2020.12.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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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실러캔스의 비극

실러캔스

실러캔스


1938년 12월 23일, 남아공 동부해안 어부들이 이스트런던박물관 큐레이터 마저리 레티머(Marjorie Courtenay-Latimer)에게 진귀한 물고기를 잡아왔다. 1.5미터 길이에 금속성 청회색 비늘, 가장 이채로운 건 좌우 두 쌍 아가미 뒤쪽과 배 아래 지느러미였다. 녀석은 여느 어류처럼 빗살지느러미(ray-finned)가 아닌 다리 같은 근육질 지느러미(Lobe-finned)를 지니고 있었다. 레티머는 로즈(Rhodes)대학 어류학자 제임스 스미스(J.L.B. Smith)에게 스케치를 보냈고, 스미스는 연말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박물관으로 달려왔다. 1956년 책에 스미스는 "그 물고기를 보자마자 돌처럼 굳어 버렸다. 비늘, 골격, 지느러미 하나하나, 그래 한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진짜 실러캔스였다"고 썼다. 7,5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 공룡보다 먼저 멸종한 것으로 알던 화석 어류가 그렇게 싱싱한 모습으로 출현한 거였다.

그 소식은 1939년 3월 '네이처'로 세상에 알려졌고, 세상은 네스호 괴물을 만난 듯 열광했다. 학계는 실러캔스를 통해 생명 진화의 오랜 비밀 중 하나인 어류의 육상 진출 미스터리에 바짝 다가섰다며 들떴다. 학계는 '과학 해적행위'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실러캔스를 잡아오면 후한 값으로 사겠다며 표본 확보 경쟁을 벌였고, 전 세계 수족관들도 덩달아 달아 올랐다. 실러캔스는 잡히면 몇 시간 내에 숨이 멎는다. 두 번째 실러캔스는 14년 뒤인 1952년 아프리카 동부 해안 코모로제도에서 잡혔다.

실러캔스는 약 60~100년을 살아 최대 2m까지 자라는 야행성 육식 어류로, 수심 90~300m에 주로 서식하며, 배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약 30cm가량 자란 치어를 낳는 종이다. 마다가스카르 프랑스령 코모로공화국은 지금까지 200여마리의 실러캔스를 포획, 전 세계에 선심을 썼다. 그중 한 마리가 서울 63빌딩 수족관에 있다. 실러캔스는 당연히 멸종 위기종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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