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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책상 위 모형 풍력발전기에 담긴 뜻은

입력
2020.12.11 16:07
수정
2020.12.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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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생중계된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발표 뒷얘기
환경위기 시계, 수소차, 옛날 CD 등 '깨알' 소품들 화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던 10일 생중계 화면이 갑자기 '흑백'으로 바뀐다. 무슨 방송사고인가 싶지만 실은 의도된 것이다. 이날 발표에는 갖가지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디테일'들이 화면 곳곳에 실감나게 살아있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고화질 영상을 이용할수록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흑백으로 제공됐다. 4K UHD TV나 5G 등 기술 발달로 고화질 영상을 이용할수록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을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만 쓰는 흑백 화면을 통해 환기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다. 첨단 기술이 발전한 현재 미세먼지로 회색빛 하늘에 갇힌 현실을 표현하려던 것도 한몫했다.

또 하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문 대통령의 넥타이였다. 이 넥타이는 평범한 넥타이가 아니다. 버려진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단 제품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더 늦기 전에 모두의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셈이다.

탄소중립 못하면 잃어버릴 16개 풍경 사진 액자까지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놓인 탁상시계가 1992년 당시 환경위기시계인 오후 7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위기 시계는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경 파괴에 의한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뉴스1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놓인 탁상시계가 1992년 당시 환경위기시계인 오후 7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위기 시계는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경 파괴에 의한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뉴스1

이날 생중계 영상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환경'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곳곳에 있는 소품들을 찾고 거기에 담긴 의미를 해석했다.

무엇보다 집무실 책상 위, '환경위기 시계'가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계는 지구 환경의 악화 정도를 시간으로 나타내는데,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환경 파괴에 의한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9시47분에 멈춰 있는 시계를 통해 지구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문 대통령 앞에는 수소차와 풍력발전기 모형이 놓여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는 연설문을 생방송으로 발표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문 대통령 앞에는 수소차와 풍력발전기 모형이 놓여 있다. 뉴시스

또 책상 위에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현대자동차의 '넥쏘' 모형이 실물 크기의 18분의 1로 놓여 있었다. 또 실제 크기의 600분의 1인 두산중공업의 풍력 발전기 모형도 나란히 있었다. 또 집무실 벽면에는 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패널이 세워져 있었고, 이 외에도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반도체도 전시돼 있었다.

모두 미래 에너지원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당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는 가운데 곳곳에 사진 액자들이 놓여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는 가운데 곳곳에 사진 액자들이 놓여 있다. 뉴시스

곳곳에 놓인 사진 액자 또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를 지켜내지 못하면 잃어버리는 16개 풍경들이 담겨 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빈해안, 순천만, 갯벌, 구상나무숲, 야생화, 사향노루, 청개구리, 두꺼비, 사과, 배, 주왕산 단풍, 지리산 뱀사골, 한려해상공원 은하수 등이 액자로 담겨 있었다고 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배우 하지원씨 흔쾌히 섭외 수락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발표' 생중계 영상 직전 나온 배우 하지원씨. KTV 유튜브 캡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발표' 생중계 영상 직전 나온 배우 하지원씨. KTV 유튜브 캡처


연설 직전에는 배우 하지원씨가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급하게 청와대에서 섭외를 했지만 하씨 측에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하지원씨 소속사 관계자는 1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하지원씨는 여름 열린 17회 서울환경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사 취지에 공감하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전했다. 하씨는 평소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을 잘 안 쓰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에는 1992년 고 신해철씨가 작사·작곡한 '더 늦기 전에'를 편곡한 캠페인 뮤직비디오 영상이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992년은 리우환경회의에 참가한 180개 국가가 세계 3대 환경협약을 채택한 해"라며 "그때부터 우리나라의 환경재단과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은 전세계 2,000여명에 설문조사를 통해 환경 악화 정도를 시간으로 표현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탄소중립 관련 목표는 각 나라에서 올해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고 국제적으로 관심이 많다"며 "그래서 KBS월드와 아리랑TV에도 동시 송출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영상의 번역은 영화 '기생충'을 번역해 국내외에서 잘 알려진 달시 파켓이 맡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 내년 5월 한국이 개최하는 제2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탄소 중립을 위해 국제 사회와 적극 협력하며 연대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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