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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태 9년... 피해 인정받은 비율은 8%뿐

입력
2020.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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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등 3개 질환만 정부에 피해 신청 가능
어렵게 신청해도 절반 이상 인정 못 받아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년 기자회견에서 추모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9주년 기자회견에서 추모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대규모 폐질환 발생(가습기 살균제 사태)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지 31일로 9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 사태의 피해자, 희생자의 유족, 그리고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가습기 피해 질환 인정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아직 구제 받지 못한 많은 피해자들에 대해 올바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질환으로 인정한 비율은 8.2%로, 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 질환을 늘리고 인정률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폐질환, 천식, 태아 피해 등 3개 질환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경계 질환 등의 경우가 피해 사례로 보고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3개 질환이 아니면 피해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인정 질환에 포함되어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피해자 가족들은 "(3개 질환에 포함이 되어) 피해 신고가 가능한 사람의 43%만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며, 그 피해 지원금도 37%만 지급됐다"며 "인정 질환으로 판정받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1994년 첫 제품이 출시된 이후 20년 가까이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전체 피해 규모는 여전히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627만명으로, 이 가운데 건강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는 약 67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정치일 뿐, 아직 판매량조차 집계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도 이날 피해 공식화 9주기를 맞아 가습기 살균제 제품 현황과 성분 분석 결과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출시 및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총 48종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 9종의 신규 살균제가 이번에 새롭게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은 피해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2014년 아내와 장모를 떠나보낸 조병열씨는 "사별 후 (제조사로부터) 명확한 답변 한 마디 듣지 못하는 이 세상이 너무 서글프고 힘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나서 피해 판정 기준과 인정 기준을 바로 잡고, 피해 신청자에 대해 올바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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