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총피해자 67만명 추산… 파악된 환자의 100배

입력
2020.07.27 12:06
수정
2020.07.27 19:3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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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사회적참사특조위, 연구 결과 발표

27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조사관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조사관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로 건강상태에 문제를 경험한 사람이 6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파악한 피해자보다 무려 100배가 많은 수준이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추가 피해자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7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규모 정밀 추산 연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실시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627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건강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는 약 67만명으로 추산됐다. 67만명을 피해 정도별로 나누면 △가습제 살균제 사용 후 새로운 증상 및 질병이 발생한 경우가 52만명 △기존에 앓던 질병이 악화된 경우가 15만명이다. 사참위는 67만명 중 병원진료를 받은 인구가 55만명, 이 중 천식ㆍ비염ㆍ폐질환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9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가 6,817명인 것을 고려할 때, 사참위 추정치가 맞다면 현재까지 정부는 전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모의 1%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임산부나 만 7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비율이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각각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나, 취약 계층에 대한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사참위 측의 설명이다.

사망자 기준으로 봐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관련해 특정 질병을 진단받고 사망한 인구는 약 1만4,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신고된 사망자는 1,553명(11%)에 불과하다.

사참위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정보와 피해자 의료정보를 이용한 범정부 차원의 피해규모 조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이번 연구에서 조심스럽게 사망자를 1만4,000명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로 더 많을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밀한 후속 조사를 실시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추적하는 데도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참위의 이번 연구는 만 19~69세 성인남녀 5,000가구 1만 5,472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면접으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6차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연구보다 3~15배 높은 표본으로 진행된 데다, 면접을 통한 심층조사 방식을 이용하는 등 기존보다 훨씬 짜임새 있게 진행된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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