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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축구부는 감독이 왕” 폐쇄적인 구조에 싹트는 입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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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25>축구 입시 사기
대학 진학을 빙자해 선수 부모에게 금품을 뜯어내는 축구계 입시 사기는 잊을 만하면 반복된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월 수년간 경북의 한 사립대 축구팀 감독을 지낸 유명 골프선수의 부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특기생으로 선발해준다고 고교 선수 학부모를 속여 4,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다. 2018년 10월에는 수도권의 한 사립대 대학원생이 비슷한 수법으로 3,400만원을 받아 징역 6월에 처해졌다.
같은 해 2월 인천지법도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 인천대 교수 A(63)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A씨는 인천의 모 고교 축구선수의 아버지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받았다.
체육계 입시 사기가 반복되는 건 폐쇄적인 학원 축구 시스템과 경기 실적만을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 체육특기자 제도의 폐단이 맞물린 탓이다. 중ㆍ고등학교 축구팀에서는 선수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감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전국대회에서 몇 분을 뛰었느냐가 대입 당락에 결정적이라 선수부터 부모까지 감독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1972년 도입된 특기자 제도에는 소위 ‘감독 티오(TOㆍ일정 규칙으로 정한 인원)’도 존재한다. 대학 감독이 임의로 선수 선발이 가능하다. “어느 대학 감독이랑 친하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학부모들이 흔들리는 이유다. 고혁수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특기자 전형에서는 전국대회 성적과 출전시간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감독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금품과 향응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 감독, 지역 축구협회 회장 등이 모두 축구계 선후배인 구조 때문에 사기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학부모들은 피해 사실과 진실을 숨기고 싶어 숨기는 게 아니다. 자식이 축구를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살지 않는 이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자질 없는 감독에게 고개 숙이는 이들이 선수 부모들이다. 운영비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종선 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 사건도 이런 폐쇄적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체육계는 2017년 정유라씨의 대학 부정입학 사건을 계기로 자정 노력에 나섰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해 6월 경기실적 중심의 체육특기자 진학시스템을 경기력과 내신 성적, 출결, 면접 등이 반영된 종합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체육특기자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최저학력제를 적용하고, 경기 실적만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사전 스카우트 제도 금지도 촉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4월 비윤리적 행위 근절을 위해 온라인 신문고를 설치, 각종 비리 행위 신고를 받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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