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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시내에 한국인 많더라” 반일 불매운동 끝나나

입력
2019.12.26 04:40
수정
2019.12.26 08: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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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눈치보며 갔는데 일본 거리·음식점 한국 관광객 북적

국내 최대 ‘여행 카페’ 문 열어… 유니클로 매장에도 다시 발길

최근 일본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일본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 독자 제공

최근 일본 관서지역(오사카ㆍ교토ㆍ고베)으로 5박 6일간 자유여행을 다녀온 강모(44)씨는 출국편 항공기에 오를 때부터 깜짝 놀랐다. 반일 불매운동으로 여행객이 적을 거라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항공기 좌석은 20, 30대 젊은이들로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나 시내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나 한국 관광객과 마주쳤고 한국어가 도처에서 들렸다. 강씨는 “3, 4성급 호텔 더블룸이 5~7만원이라 부담 없고 항공료도 10만원대로 저렴해서 일본 여행을 결정했다”며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어 주위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줄지어 드나들었다.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어졌던 두 달 전과는 딴판이었다. 자매끼리 쇼핑을 왔다는 50대 여성은 “주변 시선도 안 좋고 스스로도 찜찜해서 한 동안 일본 옷은 사지 않았다”며 “한일 정상회담 소식도 들리고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져 겨울 속옷을 챙기려 오랜만에 나왔다”고 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A씨도 “몇 달 간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계속 동참할 필요까진 느끼지 못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꽁꽁 얼어 붙었던 반일 감정이 연말 들어 조금씩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일본 여행을 삼갔던 이들이 조심스레 일본 행을 택하고 일본 제품을 찾는 손길도 늘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며 특히 변화가 두드러진 분야는 여행이다. 각 항공사들이 연일 할인 혜택을 쏟아내고 일본을 대체했던 홍콩 민주화 시위 장기화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원 이모(29)씨는 “겨울 휴가지로 싱가포르나 대만을 생각하다가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 일본 오사카로 다녀왔다”며 “시내 중심가엔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객들이 늘 기미를 보이자 지난 7월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운영을 잠정 중단한 회원 133만명 규모의 카페 ‘네이버 일본여행 동호회’도 26일 활동을 재개한다.

25일 오후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원 기자
25일 오후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원 기자

유니클로뿐 아니라 무인양품, 데상트 등 일제 불매 운동에 타격을 입었던 일본 브랜드 매장들도 고객들로 북적거린다.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사라졌던 일본 상품들이 속속 자리를 되찾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의 지난달 수입액은 12만2,000달러로, 전월(3만8,000달러) 대비 3.2배 가량 늘었다.

아직은 예년 수준을 회복 못했지만 지난달 일본 수입차 판매량도 10월에 비해서는 20% 가량 증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중국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며 ‘해빙 무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반등’을 점치기엔 조심스럽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일본 여행객의 경우 감소 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방일 한국인 수는 20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58만8,213명)에 비해 65.1% 줄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올해 월별 일본 맥주 수입량.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올해 월별 일본 맥주 수입량. 박구원 기자

원형진 모두투어 차장은 “12월은 방학 수요, 겨울 성수기 여행객이 몰리는 때라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며 “다만 방일 한국인 감소 폭이 여전히 60%를 웃돈다는 점에서 내년 초에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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