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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일 종족주의’ 저자 “강제징용 한국정부 인식 잘못” 유엔에 의견서 제출

입력
2019.08.27 04:40
수정
2019.08.27 07:5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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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저자 이우연, 日 극우 지원받아 국제회의 참석해 궤변 

 ‘반일 종족주의’ 일본서 연내 출간도 추진 중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한국정부에 시정 권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점에 깔린 '반일 종족주의'.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한국정부에 시정 권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점에 깔린 '반일 종족주의'.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잘못된 만큼 UNHRC가 이를 시정 권고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일본 극우단체의 금전 지원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 머물며 관련 심포지엄과 UNHRC에 참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2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일 제네바에서 열린 UNHRC 정기회의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을 UNHRC이 시정 권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4장 분량의 영문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서에서 “조선인 노무동원은 강제연행이나 노예사냥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나 법률적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식민지 시기 조선인 노무동원과 관련해 이런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견서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이 노동환경이나 임금 수준 등으로 볼 때 “일본인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행된 전시노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시간 이외의 일상생활은 자유로웠다”며 “탈출을 막기 위해 망루에서 총을 든 군경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장벽을 감시하는 모습을 연상하거나 그러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지만 이를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한 판결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이 판결을 지지하고 있고, 그 결과 일본인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행정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권리가 훼손될 확률도 높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한국 사법부와 정부가 전시 노무동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의견서를 제출하기 앞서 UNHRC 정기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무자들의 임금은 높았고, 전쟁 기간 자유롭고 편한 삶을 살았다”며 90초간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개인 이름이 아닌 국제경력지원협회(ICSA)라는 단체명으로 소개됐다. 이 단체는 일본군 성노예(위안부)를 부정하는 등의 주장을 펴는 비정부기구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반일 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이 연구위원의 이 같은 시각은 최근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의 내용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역사학계의 보편적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일본 극우단체의 지원을 받아 제네바에 머물렀다. 그는 UNHRC가 열리는 동안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가 유엔 본부 회의실에서 개최한 ‘한반도에서 온 전시노동자에게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군함도의 진실’에도 발표자로 참여해 비슷한 주장을 폈다.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종전 후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일본 정책과 A급 전범의 처벌을 결정한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극우 역사단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국제역사논전연구소 연구원인 슌이치 후지키의 요청으로 UNHRC와 심포지엄에 참여했으니 체류비를 지원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돈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해 친일 주장을 폈다’는 지적에도 “유엔이든 어디든 가서 진실을 밝히는 게 국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이 연구위원이 UNHRC에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들은 이 책의 일본 출간까지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저자 중 한 명인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예춘추’를 비롯해 일본의 여러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였다”며 “현재 초벌 번역을 마쳤고 감수를 거쳐 연내 일본에서 출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전공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법 학자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위안부를 공창제에 비유하는 건 명백한 사실왜곡이고 논리의 비약”이라며 “군인들의 성욕 해소를 위한 위안소를 국가권력을 이용해 시행했고 그 운영 방법은 폭력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공동저자들은 식민지근대화론자의 학술적 주장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독선적 표현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책 여기저기에서 사용되는 ‘원(元)위안부’라는 용어는 ‘구 위안부’라는 뜻으로 순수 일본어”라며 “한국인이 한국에서 출판하는 책에 이런 용어를 써도 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실증만능주의적 태도에 비추어 책에서 제시하는 통계자료는 선택적 편의가 너무 크고 (정치적) 주장과 (역사적) 서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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