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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까지는 낙태 무조건 허용되나… 뜨거운 논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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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위헌 판단한 재판관 3인 “어떠한 요구 없이 낙태할 수 있게 해야”
일각선 “허용 사유 적시 등 통해 일정 부분 제한하게 해야” 목청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66년 만에 낙태죄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지만, 낙태 논쟁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헌재가 명시한 2020년 말까지 국회는 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만이 아니라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사유를 강간에 의한 임신 등으로 극히 좁은 범위로 한정한 모자보건법도 개정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여성계와 종교계가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와 임신 기간 등을 놓고 격렬히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싸웠다면 이제부터는 어느 시기 어떤 이유까지 허용할 것이냐를 놓고 낙태 논쟁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임신 초기 ‘사유 불문’ 여성 결정 존중할까
낙태한 여성과 시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형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허용하는 경우를 규정하기 위해 1970년대 제정된 현행 모자모건법은 임신중절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임산부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을 앓거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했거나 △임신을 지속하면 임산부의 건강이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헌재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 이전의 시기를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또 이 기간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혀,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 사유와 기간에 대한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먼저 임신 직후부터 12~14주까지로 볼 수 있는 임신 초기는 임신한 여성의 요구만 있으면 낙태를 사유를 불문하고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모자보건법에 허용 사유를 적시하는 식으로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일정부분 제한할 것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낙태의 90% 이상이 임신 12주 이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불합치’ 대신 ‘단순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관 3인(이석태ㆍ이은애ㆍ김기영)은 “임신 14주까지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의당도 12주 내에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의사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종교계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임신 중ㆍ후기 낙태 허용 사유는
임신 초기가 지난 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고려해 낙태 허용 사유를 적시하는 방식의 모자보건법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진영에선 굳이 사회ㆍ경제적 사유 등 허용되는 사유를 열거하지 말고, 여성이 원한다면 임신중절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현행법 상 임신중절 사유를 적시한 것은 여성이나 태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국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어떠한 조건을 두어서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종교계 등은 사회ㆍ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조차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반발한다. 임산부 뱃속의 태아도 엄연한 생명이기에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곳 가운데 생계 유지나 자녀계획 등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5곳뿐이다. 산모 의사에 따라 임신중절을 허용한 국가 역시 25곳에 이른다.
다만 22주 이후의 낙태 허용 사유는 엄격하게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 내외인 시기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헌재는 세계보건기구(WHO)과 국내 산부인과 학회 등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이 시기로 보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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