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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이 실험용 쥐라면 중2는 생체실험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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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연기하겠다는 교육부 발표 이후 입시변화의 경계선에 낀 학생들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졸지에 수능 개편안 첫 번째 적용 대상이란 ‘날벼락’을 맞은 중2와, 직격탄은 피했지만 교육과정과 수능체제 불일치를 떠안은 중3 학생들은 불과 3주 새 일어난 대대적인 변화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사이에선 “중3이 실험용 쥐였다면 중2는 생체실험 대상자”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현 중3이 치르게 될 수능 개편 시안(1, 2안)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현 중2가 갖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중3이 새로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개편된 수능체제를 경험하는 것을 미리 보고 학습 전략을 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1년 유예 발표에 따라 당장 중2가 첫 적용 대상자가 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새로운 수능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고교학점제와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등 교육부가 내년 8월 내놓을 대입정책 방안의 대상까지 되는 등 추가적인 변화까지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더군다나 내년 고교입시를 치르는 중2는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자율형사립고ㆍ외국어고 등 우선 선발권 폐지 방침에 따라 고교 진학에도 혼선을 겪게 됐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자사고ㆍ외고 등의 학생 선발 시기를 일반고와 일치시키겠다는 방안을 밝혔지만 폐지 여부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의 중2 학부모 이모(47)씨는 “고등학교 선택부터 수능 준비까지 혼란의 주인공이 돼 이틀 내내 폭탄을 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능 개편이 미뤄지며 당장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정작 중3 학생들은 “산 넘어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첫 대상이지만 수능은 현행체제로 치르는 ‘엇박자’를 경험하게 돼서다. 특히 새 교육과정에 통합사회ㆍ과학 과목이 신설되지만 수능 과목에선 제외된 점이 이들에겐 가장 큰 부담이다. 내신 평가를 위해 통합사회ㆍ과학을 배우는 동시에 현행대로 국ㆍ영ㆍ수 외 탐구영역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된 것이다. 경기 광명의 중3 학부모 김모(42)씨는 “이미 학원에선 통합사회ㆍ과학반이 개설돼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내신과 수능 부담이 동시에 커져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재수를 선택할 경우 새로 바뀐 수능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중3에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재수 부담을 피하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안정 지원 등 눈치 작전이 심각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배우는 과목 따로 수능 따로인 입시와 재수에 대한 불안감 등 중3의 혼란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고1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수 시 새로운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현 중3에게 전가됨에 따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대상자인 고1은 비록 내년 교육과정이 바뀐다 해도 현행 체제대로 수능을 치르면 돼 “재수하면 불리하다”란 부담을 덜었다.
입시전문가들은 1년 유예가 됐지만 절대평가 확대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다른 보완책을 함께 검토하는 것일 뿐 절대평가 확대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학생들은 불안에 휩싸이지 말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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