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文 기대·安 관망·孫 소환…野 향한 혼돈의 광주 민심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7일 광주를 찾았지만 그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에는 의문 부호가 가득했다. “야권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부터, “안 의원 신당이 역으로 야권 전체에 새인물 수급과 혁신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까지 복잡하게 엮여 있었다. ‘구태 정치 타파’라는 안 의원의 구호에는 대체로 동감했지만 일부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의 재등판까지 거론하는 등 아직은 전략적 선택을 미루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安의 구애에도 관망 중인 광주 민심
안 의원은 이날 광주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달 광주토론회에서 시민들이 붙여주신 ‘강(强)철수’라는 별명대로 소신껏 정치를 해 (광주의) 신뢰를 다시 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광주은행을 직접 찾아 계좌를 개설하고 지역 시민단체를 방문하는 등 광주 민심을 얻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그의 바람과 달리 광주를 자꾸 찾는 그의 행보를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금남로에서 십수년째 해장국집을 운영 중인 하모(55)씨는 “대선 때부터 지금까정(지금까지) 지가 한 것이 뭐여. 버티(지)도 못하고 들락날락 하믄서 쌈이나 하고 말이여. 말로만 광주 광주해도 뭐 한 개라고 도와준 것이 있냐는 말이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광주 시민단체 활동가인 박모(51)씨도 “(광주 정서 상) 정쟁이든 권력투쟁이든 당 안에서 싸우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적전분열을 일으킨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광주 시민들은 그의 신당에 대해선 전향적인 관심을 보였다. 동구에 위치한 회사에 근무하는 천모(30)씨는 “안 의원이 (광주 현역 의원들과 같은) 구태 정치인과 손잡지 않고 신진 인사와 그의 말대로 ‘새정치’를 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안 신당을 찍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며 “정체된 광주 정치를 변혁에 대한 청년층의 갈망이 있어 안 의원 하기에 따라 표가 제법 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에 대한 여론은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였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을 끝내 품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했으나, 최근 문 대표 등 지도부의 강공 모드와 관련해서는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12월 3주차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지난 주 전국 지지율 27.6%에서 전날 30.6%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호남에선 전국 평균보다 높은 4.7%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이 이뤄졌다. 광주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안 의원 탈당 과정에서) 문재인이 잘 한 것 하나 없지만, 전날 ‘이제 더 안 물러 난다’고 하고 오늘은 자기 측근도 불출마시키고 뭐가 이젠 제대로 좀 당이 돌아가나 지켜보려고 한다”며 “(서울가면) 잘 좀 하라고 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주 몽땅 바꿔야” 손학규 소환 목소리도
광주를 포함한 야권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변혁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최모(43)씨는 “민주당 깃발만 들면 당선되던 (과거) 광주가 아니다”고 말했고, 광주 송정역 근처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모(39)씨도 “(광주 전체에서) 거시기한 옛날 정치인들 다 내보내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새정치연합이건, 안 신당이건 천(정배) 신당이건 무관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출신이 아닌 손학규 전 대표를 다시 정치권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곳곳에서 들렸다. 광주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모(49) 변호사는 “수도권의 민심과 달리 광주에서 근래에 부쩍 손 전 대표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2012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광주에선 친노에 대한 비판적 정서의 의미로 손 전 대표를 선호했고, 특히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치 연륜이 있는 그의 재등판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광주=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