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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계 교통 정리돼야 安風 분다

입력
2015.12.14 20:00
[PYH2015121406590001300]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4일 서울 상계동 경로당 방문을 마친 뒤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PYH2015121406590001300]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4일 서울 상계동 경로당 방문을 마친 뒤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야권 내 계파별 이해타산과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지만 당내에선 김한길계의 움직임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른 비주류에 비해 유연한 형태로 계파를 유지하고 있는 김한길계가 안 의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손학규계와 구민주계 등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주류와 통합행동까지 끌어내면 원내교섭단체

안 의원 측에 합류 가능성이 큰 새정치연합의 비주류 계파는 김한길계와 손학규계, 구 민주계가 꼽힌다. 이들 계파는 모두 14일 “문재인 대표의 당 수습방안을 지켜본 뒤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계파 수장의 위치에 따라 탈당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한길계의 경우, 탈당에 무게를 두고 수장인 김 전 공동대표의 결단이 나오면 소속 의원들이 함께 움직일 공산이 크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 상황이 아닌) 야권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한길계의 한 측근 의원도 “김 전 대표는 매우 치밀한 사람이라 좋은 구도와 명분을 생각한다”며 “조건이 충족되면 계파 인사를 몰고 나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비해 손학규계는 손 전 대표의 칩거에 따른 컨트롤 타워 부재로 각자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거취를 결정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구 민주계는 우선 문재인 사퇴에 화력을 집중하고 탈당 논의를 유보하고 있다. 사실상 계파 수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부터 “새정치연합의 주인은 민주당부터 당을 지켜온 우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계파 간 온도 차 속에서 안 의원 측은 최근 당 내홍 과정에서 비주류를 대표했던 구당모임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구당모임이 각 계파를 대표하는 노웅래·정성호 의원(김한길계), 신학용·김동철 의원(손학규계), 김영록·이윤석 의원(구 민주계) 등으로 구성된 만큼 전방위 탈당의 촉매제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김한길계의 탈당만 현실화된다면 구당모임을 통해 눈치만 보고 있는 나머지 계파 의원들도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안 의원도) 일단 민심 청취를 한 뒤 금명간 (비주류 계파를 향한) 전방위 설득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 측은 당내 중도지대를 표방하는 박영선 의원 등의 통합행동의 합류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측은 통합행동의 좌장인 박 의원과 재벌개혁을 주도하고 중도 성향의 정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통합행동까지 안 의원과 함께 한다면 최소 25명의 현역 의원이 ‘새정치’의 깃발 아래 모이게 된다. 여기에 상황을 주시하던 호남 비주류 의원까지 합류한다면 20명이 기준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넘어 최대 40명까지 덩치를 불릴 수 있게 된다.

개별 의원 탈당만 이어지면 '찻 잔 속 태풍'

안 의원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한길계의 집단 움직임이 늦어지나 아예 없어 개별 의원들만 산발적으로 탈당하는 경우다. 현재까지는 주승용·최재천·최원식·김동철 의원 정도의 탈당 기류가 확인되고 있다. 이들만 탈당을 결행한다면 선도탈당을 밝힌 문병호 의원 등 4명을 포함해도 10명 안팎에 불과하게 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떠나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 의원의 기치가 힘없이 꺾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날 구당모임에 참석했던 비주류의 한 의원은 “안 의원 탈당 전까지 (모임에서) 문 대표를 버리고 안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의원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며 “아직까진 관망을 넘어 몸 사리기에 가까운 모습이 많아 안풍은 불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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