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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安 탈당 따른 정국 요동이 던지는 우려와 기대

입력
2015.12.13 20:00

야당 혼란과 임시국회 혼선 걱정

보수ㆍ중도ㆍ진보 등 3각 구도화

유권자 선택폭 넓어질 수는 있어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독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당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당대 당 통합 이래 21개월 만에 제1야당이 다시 쪼개져 후속 이합집산으로 야권이 요동칠 전망이다. 그 요동은 내년 4월의 20대 총선은 물론이고, 2017년 대통령 선거 판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혁신에 실패해 국민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당 현실에 대한 커다란 좌절감을 드러냈다. “지금 야당은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 하는”상태라며, “큰 혁신은 배척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진” 당 지도부의 자세가 그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대로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 강하고, 제 능력은 부족했다”며 자신의 무력감을 덧붙이고는 “당 안에서의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탈당 명분을 밝혔다.

이날 탈당으로 그는 지난해 합당 이전, 나아가 2012년 야권 대선 후보단일화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듯, 현재의 여야 구도와 무관한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당면 목표다. 여당은 물론 ‘합류’손짓을 거듭해 온 천정배 의원 등 야권의 비(非) 새정치연합 세력과도 선을 그었다.

그의 탈당은 적잖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후속 탈당을 부를 전망이다. 측근인 송호창ㆍ문병호 의원 등이 금명간 탈당해 안 의원을 따를 게 분명하고, ‘구당 모임’ 소속 비주류 의원 상당수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의 분당을 앞둔 내부 동요의 당연한 귀결이다. 단일대오를 갖추어도 내년 총선 승산이 높지 않은 수도권 경합지역에 출마할 예정인 의원들의 불안이 한결 뚜렷하다. 문재인 대표 주변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것”이라거나 “차라리 잘 됐다”는 말도 나오지만,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수준을 넘기 어렵다.

이런 야당의 혼란은 건전하고 튼튼한 야당의 존재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토양이라는 점만으로도 국민적 우려를 부를 만하다. 나아가 오랜 내홍(內訌)이 합리적 당론의 형성을 가로막아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닫게 했던 예에 비추어 본격화할 정국 혼란이 개점휴업 상태인 임시국회를 표류시킬 것이란 걱정도 커진다.

반면 그의 탈당과 야당 재편이 오히려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정당 지형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안 의원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 그의 잇따른 ‘새정치 실험’의 실패와 지지세 후퇴가 눈에 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그의 탈당과 독자세력화는 숱한 야권 이합집산의 하나로서, 어쩌면 우리 정치가 정치 노선과 이념 차이가 명확한 정당의 정립(鼎立) 구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여름의 ‘유승민 사태’ 이후 새누리당의 보수 색채가 짙어지고, 안 의원 탈당으로 새정치연합의 진보 성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보수ㆍ진보 세력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안 의원이 이끌 중도개혁 성향의 정치적 세력 확장의 범위는 커지게 마련이다. 이는 안 의원 개인의 정치적 인기와 무관하다.

이처럼 유권자의 선택폭이 커진 상태라면 그 동안 선거를 좌우한 지역정서나 세대감각 등의 희석도 가능해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유권자 선택에 달렸고, 그 첫 실험대가 내년 총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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