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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남자, 남은 남자… 야권을 찢다

입력
2015.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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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강한 충격” 신당 창당 의지

문재인은 安과 막판 대화 실패

내년 총선 一與多野 구도 가시화

안철수(왼쪽 사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13일 새벽 안철수 의원의 노원구 자택을 찾아 탈당을 말리려 했지만 실패한 뒤 귀가하면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뉴시스
안철수(왼쪽 사진)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13일 새벽 안철수 의원의 노원구 자택을 찾아 탈당을 말리려 했지만 실패한 뒤 귀가하면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이 13일 공식 탈당을 선언함으로써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동반탈당을 비롯한 야권 재편과정의 극심한 혼란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특히 총선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결별한 안 의원과 문재인 대표는 대권 경쟁에 집착한 나머지 총선을 내팽개치고 분열정치를 조장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안 의원은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안에서 도저히 (변화와 혁신이) 안되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의 탈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비로소 신당 창당 선언까지 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현역 의원 20~30명의 탈당 인사 명단을 포함한 분당(分黨) 시나리오가 나돈 지 오래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이번 주중 5~10명의 1차 탈당에 이어 2,3차까지 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은 문제 없을 것이고 최대 30명까지도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로써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86그룹·수도권 세력과 안 의원이 주축인 비노ㆍ비주류ㆍ호남 세력의 신당으로 양분될 공산이 커졌다. 내년 총선 또한 ‘일여(一與) 대 다야(多野)’구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작부터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을 170석 이상으로 대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야권이 두세 갈래로 쪼개진다면 충청권과 수도권에서는 야권의 승부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 대표는 예정된 수순대로 총선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가 이날 새벽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안 의원의 자택을 찾긴 했지만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데는 실패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문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혁신 전당대회 수용을 설득했으나 최종담판에 실패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문 대표가 파국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소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초선 의원의 당권 욕심, 나아가 대권경쟁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을 분열로 몰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야권재편 과정의 혼란상과 총선 결과에 따라 문 대표와 안 의원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떠나는 사람이든 남아 있는 사람이든, 향후 전개될 총선에서 대선까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런저런 계산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야권을 계속 지지하는 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결국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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