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물과 기름' 文-安, 끝내 루비콘강 건너며 결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대선 단일화 때부터 불협화음…'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
4·29 재보선 참패후 악화일로…安 혁신안 무응답이 변곡점
文, 뒤늦게 혁신안 수용했지만 安과 혁신전대 이견으로 접점 못찾아
安측 "9월에 혁신안만 받았다면"…文측 "혁신 한사람 힘으로 안돼…안타깝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며 끝내 결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과 지도체제 정립 방안을 둘러싼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채 치킨게임을 방불케한 두 사람의 갈등이 안 전 대표의 탈당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되면서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두 사람은 '물과 기름',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는 말이 회자된 데서 알 수 있듯 화합하는 모습보다는 갈등하는 장면을 더 많이 연출하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은 단일화 룰을 두고 제안과 역제안을 거듭하며 대치했다. 후보 등록을 불과 이틀 앞둔 2012년 11월23일 안 전 대표가 대선후보직을 전격 '포기'했고, 합의와 경선을 통한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사퇴 직후 지방행을 택해 선거 지원을 기대한 문 대표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급기야 문 후보는 12월 5일 서울 용산구의 안 전 대표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대표가 집에 없어 '헛걸음'을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 전 대표는 대선을 13일 앞둔 12월 6일 전폭적 지원 입장을 밝히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문 대표 측에서는 때늦은 결정이었다고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2013년 10월에는 대선 때 문 후보 측 상황실장을 맡은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펴낸 대선 비망록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의원이 비망록에서 안 전 대표가 후보직 사퇴 전날인 2012년 11월 22일 문 후보와 단독회동한 자리에서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즉각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을 협상 카드로 들고 단독 회동에 임했으며,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한솥밥'을 먹은 뒤로도 양측의 궁합을 잘 맞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전당대회 당대표 후로로 나온 지난 1월 경선후보 방송토론에서 자신을 향해 "소주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자 "제가 술을 못 마신다고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 잊어버리신 모양"이라고 언급해 둘 사이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문 대표 하에서 치러진 지난 4·29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두 사람은 위태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문 대표가 재보선 직후 안 전 대표의 '원내대표 합의 추대'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상 기류를 형성했고, 이후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멀어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 5월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 체질을 개선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에 "제가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라며 거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의 혁신위원장 수용 의사를 놓고 두 사람이 서로 '수용 의사였다', '아니었다'는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불안한 소통 양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의 긴장은 지난 9월을 변곡점으로 더욱 가팔라졌다.
안 전 대표는 9월초부터 "혁신위의 혁신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당내 부패척결, 낡은진보 청산을 위한 자체 혁신안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꾸준히 문 대표의 응답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낡은 진보'는 형용 모순이며,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간 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이런 와중에 문 대표는 지난달 18일 광주를 방문해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이 "백 번 옳은 얘기"라며 뒤늦게 호응하며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미 혁신안으로 해결될 상황이 지났다"며 오히려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침묵하던 문 대표는 지난 3일 분열의 전대를 우려하며 거부하는 뒤 대신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안 전 대표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더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전대 수용을 재촉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뒤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당내에서는 각종 중재안이 쏟아지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관계회복에 나섰지만 혁신전대 개최를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 회견 전날인 12일 심야에 탈당을 철회해달라는 의원 76명의 호소문이 자택으로 전달되고, 문 대표가 이날 새벽 1시께 안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끝내 타협의 길을 찾지 못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지난 9월 혁신안을 냈을 때 문 대표가 받았다면 오늘날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표를 흔드는구나'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공천을 노린다고 생각하니 불신이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측은 "정치를 바꾸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어서 부족하나마 힘을 합치려고 했지만 이런 결과가 초래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