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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서청원 용퇴를"... 비박 "김무성 험지로"

입력
2015.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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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다가오면 여의도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각계각파가 저마다 제 이익에 맞는 주장을 펼치기 때문인데 그 중 가장 익숙한 게 ‘용퇴론’과 ‘험지론’이다. 4ㆍ13 총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두 주장이 또 스멀스멀 살아났다. 두 주장 모두 거물이 타깃이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용퇴론은 ‘지는 해’에, 험지론은 ‘뜨는 해’에 적용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

“서청원은 친박의 맹구(猛狗)?”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당에서 용퇴론의 주인공으로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7선으로 여당뿐 아니라 19대 국회를 통틀어 최다선인 친박계의 좌장이다. 그런 서 최고위원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것도 친박계 내부에서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사석에서 서 최고위원의 얘기가 나오자 대뜸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사자성어를 꺼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에 술을 아주 잘 빚는 이가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그 주점에 손님이 들지 않아 마을의 현명한 노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네 집의 사나운 개가 손님만 보면 짖으니 누가 오겠느냐”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고사를 전하면서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맹구(猛狗)’”라고 말했다. 친박계를 위해 서둘러 용퇴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공천 룰’ 등을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에게 으르렁대는 서 최고위원을 두고 “우리의 중론이 아니다”는 친박계의 불만이 터져 나온 터였다. 친박계에선 ‘맹구가 2선 후퇴해야 신박(신진친박)이 든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다른 친박계 핵심 의원은 “우리도 위에서 불출마를 해야 비박계에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총선 승리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선 넉 달 뒤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도 비슷한 주장이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나왔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총선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55인 선언’이었다. 당시 친이계였던 남경필ㆍ정두언 의원 등이 도모한 반란이었다. 이 전 부의장은 결국 ‘55인 선언을 거부하는 출마 선언’을 했고 이 대통령이 묵인하면서 사달은 끝이 났다. 하지만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에서 용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올 경우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 승리 이끌려면 ‘바보 무대’ 돼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나온 험지 출마론에 "제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 받겠다"고 일축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나온 험지 출마론에 "제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 받겠다"고 일축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험지론은 ‘거물일수록 격전지나 불리한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험지론은 서울시당위원장이자 새누리당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서울 지역구 48곳 중 새누리당은 17곳에 불과하고 서울시장은 물론 구청장 시ㆍ구 의원 대다수가 야당인 상황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면 김 대표가 지역구이자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대신 서울의 열세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박계 물밑에선 그간 김 대표가 서울 출마를 결단해야 야당에서도 거물급 인사가 맞붙을 테고 이는 총선 흥행 성공과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했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험지 출마로 신화를 만든 예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낙선을 무릅쓰고 부산에 잇따라 출마, 지역주의란 벽에 도전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 바보스런 고집이 국민을 감동시켰고 결국 대선 승리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김 대표가 부산을 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김 대표도 그럴 뜻이 없음을 밝혔다. 김 대표 쪽에선 세 가지 이유로 고개를 내젓는다. “영도는 결코 쉬운 지역이 아니다. 서울 험지에 나가면 전국 선거를 이끌 수 없다. PK(부산경남)에서 인정 받아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건 어찌됐든 감동을 주는 총선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용퇴론과 험지론, 이번 20대 총선에선 어느 게 참명제로 증명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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