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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지령" "친박 실성파"… 막말전쟁 된 역사전쟁

입력
2015.10.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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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고시 앞두고 정치권 험악…

서청원, 사법당국에 수사까지 촉구

이종걸 "새누리 두뇌 정상화 시급"

고질병 색깔론으로 편가르기 활용

새누리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과격한 이념 발언 되레 역풍" 비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설립한 경북 포항시 영흥초등학교를 찾아 선친의 흉상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설립한 경북 포항시 영흥초등학교를 찾아 선친의 흉상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2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 확정고시를 앞둔 정치권의 ‘역사전쟁’이 본질을 떠난 ‘막말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국정화 반대를 친북ㆍ용공으로 몰아붙이는 해묵은 매카시즘이 고개를 들며 공안당국을 향한 수사 촉구까지 나왔다.

국정화 반대를 종북이라는 새누리의 매카시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화를 반대해)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북한의 지령을 차단할 의무가 사법 당국에 있다”고 밝혔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비슷한 시각 당내 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은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의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 친박 실성파가 탄생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국정화 정국 와중에 여야 지도부가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논란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특히 여당은 “북한이 국정화를 반대하라는 총궐기 지령을 내렸다”는 실체 없는 일각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까지 압박하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여야의 거친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서 최고위원은 앞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전날 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비밀TFT’ 사무실에 몰려가 항의한 일을 거론하며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야당 의원들을 산적이나 불한당 수준으로 깎아 내린 것이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서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야당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독특한 화법 때문에 연설을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신분열까지 경험했다고 하니 제가 직접 달려가 진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 안팎서는 ‘역풍’ 우려도

2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를 파행으로 몰았던 이정현 최고위원의 “적화 통일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야, 국정화를 왜 막아내려고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은 매카시즘의 정점을 찍었다. 이 최고위원이 발언 직후 사과를 하긴 했으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고질병인 ‘색깔론’이 또 나왔다”는 자조가 나온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국정교과서 문제와는 동떨어진 형태로 논란이 비화되고 있다”며 “이념 공방으로 여야간 대립이 격화돼 나머지 정치일정이나 국정과제까지 실종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다선 의원의 입에서 나온 ‘국정화 반대=북한의 지령’ 의혹에는 정치 전문가들조차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7선 의원이 공개 회의에서 한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보수층에만 호소하는 과격한 이념 발언은 되레 역풍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에선 당원 대 일반국민의 표심을 5 대 5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상향식 공천 룰’을 친박 측이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산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색깔론을 활용한 편가르기로 최대한 당원표를 결집시켜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나 정두언 의원 등이 쌓아놓은 중도개혁 노선은 사라지고 결국 ‘극우당’ 이미지만 남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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