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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발행체제 결정 권한, 정부의 독점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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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관 고시로 국정·검인정 결정
공론화 안 거쳐도 일방적 전환 가능
"현행 법규정은 행정권 남용" 우려
교육이 정치 문제로 변질될 소지
"독립기구서 정해야" 목소리 확산
"교육제도 법률주의 강화" 주장도
교육부 장관의 고시로 국정과 검ㆍ인정 등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규정은 행정권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과 검ㆍ인정의 선택 또는 전환 문제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교육제도법률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정부 ‘국정 일방통행’ 근거… 권한 독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중ㆍ고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이를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 기간 중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공론화는 사실상 생략한 채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현행 시스템 상으로는 입법부의 어떤 견제 없이도 정부가 교과서 발행체제를 일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상위법인 현행 초ㆍ중등교육법에는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어떤 교과를 국ㆍ검ㆍ인정으로 할지는 교육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교과서 발행체제를 행정부에 일임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인 양정현 부산대 교수는 “역사학계나 역사교육계의 공론에 맡겨야할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시행령의 하위인 장관고시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심대하게 침해 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계에선 교육이 정치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기구를 둬 교육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양 교수는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를 망라한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역사교육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교과서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정권의 자의적 판단으로 발행제도나 집필진이 결정되면 편협한 시각에서 교과서가 쓰여질 수 있고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독립기구 두거나 상위법서 ‘국정’근거 삭제해야
교과서 발행체제를 변경하는 장관의 권한을 상위법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 교과서 근거 규정을 없앤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해 현재 교문위 소위에 회부돼있다. 박 의원은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 교과서 규정을 삭제해 교육부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도록 해 교과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역시 과거 연구보고서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검ㆍ인정제 강화가 교육정책의 흐름에 맞다고 분석했다. 여연이 2013년 11월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 정책리포트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고 1995년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흐름에 맞는 검ㆍ인정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여연은 또 9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용해 “헌재는 ‘국정제보다는 검ㆍ인정제를, 검ㆍ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고 근거를 대기도 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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