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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 편향된 '좌편향 공격'

입력
2015.10.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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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때 검·인정 전환했는데…

"기초가 잘못된 집" 제살 깎기

집필 기준에 명시돼 있는데도 "아이들에 주체사상 주입"호도

국정 전환 논리 '자기부정' 연발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의 논리는 한마디로 ‘자기부정’에 가깝다. 같은 보수 정권인 김영삼 정부 때 국정을 폐지하고 검ㆍ인정으로 전환했고, 현행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역시 이명박 정부 때 만든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따른 것인데도 “잘못된 제도” “좌편향 교과서”라고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의 국정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현행 검ㆍ인정 체제 교과서는 기초가 잘못된 집”이라며 “새 교과서로 하나된 대한민국을 가르칠 것”이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김영삼 정부 때 유신독재 시절 도입한 국정 교과서에 따른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검ㆍ인정으로 전환한 취지를 무색케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현행 검ㆍ인정 체제 교과서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든 것이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조원진 수석부대표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조원진 수석부대표가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8월 첫 검정 심의부터 4개월 여간의 수정ㆍ보완 권고와 명령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최종 검정에 합격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모는 것 역시 ‘누워서 침 뱉기’라는 비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사실 왜곡과 오류 논란을 빚은 뉴라이트 학자의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 교과서의 집필진을 두고 “좌편향 집단이 장악했다”는 주장마저 펴고 있다.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인 양정현 부산대 교수는 16일 “정권과 특정정파의 시각에 맞지 않는다고 학계의 정설과 공론을 무시한 채 편향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야 말로 편향 중의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 (역사교과서가) 채택되는 과정이 전부 좌파들의 사슬로 묶여 있다”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은 교내 역사 교사들로 구성된 역사교과협의회(교과협)가 3개 교과서를 추천하면 이를 토대로 교사ㆍ학부모ㆍ지역인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심의한 뒤, 교장이 최종 결정하는 단계적 의사결정 구조다. 애초 교과협이 순위를 매겨 올릴 수 있었지만,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교사들의 의견 반영을 최소화하고자 바꾼 것이다. 여기다 교육부는 이미 선정한 교과서를 변경하려는 경우 학운위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까지 강화했다.

정부 여당의 ‘좌편향 선전’은 새누리당이 전국에 내건 플래카드인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가 정점을 찍었다.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은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과 오늘날 북한의 세습 체제 및 경제 정책의 실패, 국제적 고립에 따른 체제 위기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서술”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교과서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마치 주체사상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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