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윤증현-정세현이 朴대통령에 묻다

입력
2015.08.24 22:10

●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왼쪽부터)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왼쪽부터)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임기 후반에는 전반기에 벌인 일들을 수습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 웬만한 주제는 거의 다 나왔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들이고, 국민들의 체감도도 그리 높지 않다. 우리 사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생각처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각 이해집단에 도움과 협조를 솔직하게 구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회의 발언이나 담화에는 ‘잘하고 있다’,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엔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실제 해결책은 고민 속에서 나오는데 매번 잘 하고 있다고만 하면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된다.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는 무엇이 잘 안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런 고민은 특히 대통령과 핵심참모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 성과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대목이다. 금리를 내리는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경제부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장은 욕을 좀 먹더라도 한계기업 정리나 가계부채 해소 등을 통해 나라의 10년, 20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결국 전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박 대통령도 다음 대통령이 임기 동안 더 잘할 수 있도록 바닥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

●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수출과 대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이 정도 경기를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덕을 보긴 했지만 물가관리도 괜찮았고 부동산 매매가 잘 되도록 한 점도 나쁘지 않았다. 국제수지를 흑자로 관리해 온 점도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집권 전반기 동안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쪽에 진전이 거의 없었다. 정부가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을 들고 나왔지만 현재로선 전망 또한 상당히 회의적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이 너무 증폭돼 있고 대외환경 및 안보 상황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남은 2년 반 동안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일자리 문제가 잘 되려면 4대 개혁 전체가 잘 풀려야 한다. 특히 4대 개혁 중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는 현 정부의 인식에 동의한다. 다만 노동개혁을 무작정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적절한 전략ㆍ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정부가 최저임금이나 실업수당 인상 등을 임금피크제 도입의 협상카드로 쓰지 않고 먼저 카드를 다 보여준 것은 실책이었다.

앞으로 행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집권 전반기 동안엔 일관성이 없었고, 정책의 선택과 집중 면에서 시장에 실망을 준 게 사실이다. 특히 입법부는 이제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소수 의견도 중요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이유로 경제 법안을 붙들고만 있으면 정책적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는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북관계를 상호 교류ㆍ협력의 파트너 관계가 아닌 권력의 차이에 따른‘갑을관계’로 본다는 점이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 골격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만 해도 기본적으로 북한이 먼저 바뀌어야 우리도 손을 내밀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스스로 변하라는 일방적 통보만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진정성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느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드레스덴 선언’의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제안이다. 북한의 자존심을 뭉개면서 진정성을 운운하니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우월적 위치일수록 그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5ㆍ24 대북 제재 조치는 북한의 입장 표명 없이 무작정 풀 수는 없다. 다만 서로 만나지 않고 기싸움만 하면 영원히 풀 수 없다. 당국간 회담을 따로 열어 북한의 입장을 이끌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일외교에서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경직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실책이었다. 일본의 사과를 부르짖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이를 강제할 수단이 전략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들어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압박하되 그 외 경제적 사안 등은 협조해가는 투 트랙으로 가는 방향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ㆍ중국과는 등거리 외교를 통해 우리의 공간을 넓혀가는 균형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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