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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광복 100주년 국회가 준비하라

입력
2015.08.24 14:11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절실한 과제는 ‘되찾은 들’에서 가꾸어온 지난 70년의 대한민국을 성찰하고 미래 대한민국을 새롭게 설계하는 국가재창조 작업이 아닐까 한다.

전쟁과 분단을 종식시키고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울러 한국자본주의 70년 동안의 발전과정을 되돌아보며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와 같은 그동안 누적된 모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 과제의 수행을 위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 국가전략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 전략은 적어도 30년 후 한 세대를 내다보면서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 도달한 통일한국을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광복 100주년 준비를 30년 국가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장기 국가전략을 세우는 연구단위나 그것을 실행하는 행정단위가 없다. 국책연구기관도 대부분 집권 중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정책과제를 연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 부설 연구기관은 사적인 기업 이익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가 의제를 연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당 싱크탱크는 당리당략의 지배를 받는 근본적 한계에다 연구 역량도 불충분하다. 민간 싱크탱크는 거의 대부분 역량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현재 정부기구나 비정부기구의 싱크탱크 모두 실효성 있는 장기국가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5년 단임의 대통령이 설치하는 위원회는 정부의 단기 국정과제 논의에 급급하므로 장기 국가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우리는 그 동안 이전 정부에서 설정한 국정의제가 다음 정부에서 부정되거나 홀대 받는 수많은 전례를 보아 왔다. 노무현정부의 균형발전 의제는 이명박정부에서 부정되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의제는 박근혜정부에 들어와 유명무실해졌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의제도 다음 정부에서 부정되거나 사라질 공산이 크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1997년 외환위기로 개발국가 모델 혹은 박정희 모델이 해체된 이후 2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아직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모델을 정립하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중앙집권-수도권 집중체제와 재벌체제와 같은 개발국가 모델의 부정적 유산이 잔존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와 경제민주주의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여야 간, 보수ㆍ진보 간 합의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사정 간 사회적 합의도 정착되지 못했다. 집권당의 일방주의와 야당의 발목잡기가 되풀이 되어왔다. 그 결과 한 정권 내에서 새로운 모델이 정착될 수 없었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지만 결국은 같은 운명을 겪는다. 따라서 정권을 넘어 일관되게 추구한 국가전략이 있을 수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대안은 국회에 광복 100주년 준비를 위한 장기 국가전략 연구단위를 설치하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당리당략을 넘어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국회 미래전략연구원을 만들자고 주장한 바 있는데 아주 좋은 제안이다. 정부나 정당이나 민간보다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 장기국가전략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을 설치하여 정권과 정파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현을 뒷받침할 법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 가칭 ‘국가미래전략연구원’을 설치하여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저출산 고령화 문제, 통일, 복지, 지방분권, 재벌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공공부문 개혁, 동북아 국제전략 등 국가 의제에 대해 30년의 장기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복 100주년 준비를 위한 30년 대계를 세울 국가기구인 ‘국가미래전략연구원’ 설치를 19대 국회가 추진하길 기대한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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