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측 주도면밀한 공세 '원 톱' 굳히기

입력
2015.08.16 18:31

日서 주총… 신동주 출국

"현재까진 신동빈 유리" 분석 속

표대결 땐 판세 역전 가능성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후 판도를 좌우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로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72.65%)인 일본 L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곳이다.

이번 주총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맞선 상황에서 진행되는 첫 주총으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 이번 주총의 결과에 따라 승자에겐 차기 롯데그룹의 ‘원톱 리더’로서의 확실한 입지가 보장되지만 패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총회를 위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 일본으로 출국했고, 신동주 전 부회장도 16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났다.

일단 현재까지는 신 회장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점령한 데다, 지난 달 말엔 12개의 L투자회사 대표 자리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총 현장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판세가 역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수세에 몰린 신 전 부회장측이 신 총괄회장의 지원을 앞세워 표심을 끌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일본 포장재 업체인 광윤사와 우리사주협회, 일본내 관련 계열사 등에서 각각 3분의 1씩 갖고 있다. 광윤사 지분의 99%는 신 총괄회장과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주총 일정 등 일방적인 결정

신격호 명예회장 추대 관련

안건서 제외 표대결 가능성 봉쇄

신동주 측 주총 대비 시간 없고

반격 카드 마련 쉽지 않을 듯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16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16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분위기는 신 회장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17일 주총 일정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신 전 부회장측에게 주총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사회 안건 또한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정했다. 신 전 부회장측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현 사내이사진 교체’는 빠졌다. 당초 안건으로 알려졌던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명예회장 추대 건도 정관 변경 없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롯데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신 전 부회장측의 요구로 혹여 벌어질 수도 있는 표 대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 입장에선 이번 주총을 계기로 그 동안 불거졌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잡음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신 회장 중심의 한ㆍ일 롯데 출범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선제 공격을 당한 신 전 부회장은 당장 전세를 바꿀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16일 홀로 출국한 점으로 볼 때, 최대 우호 세력인 신 총괄회장의 동반 일본행도 좌절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까지 신 회장의 측근 인사로 교체되면서 신 전 부회장측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이번 주총과 관련해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눈에 띄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일본에 돌아갔을 공산이 크단 얘기다.

현실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주총 현장에서 현 이사진 교체를 긴급 안건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측에선 이번 주총 안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

신 전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결국 신 회장 측에서 내놓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표 대결로 부결시키는 방법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한 주주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정관 변경ㆍ신설과 관련된 주요 안건의 경우엔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번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상정된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처럼 기존에 없었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관 신설이 필요하다면 참석한 주주의 66.7%가 찬성해야 한다.

일각에선 만약 이번 주총에서의 반격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신 전 부회장측에서 지지 세력을 충분히 확보한 이후, 다음 주총을 노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이번 주총 승리를 기반으로 대세론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이는 신 회장에게 치명타를 입히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 측은 이번 주총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번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사용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총은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 회장의 ‘원 톱 리더’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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