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가요기획사의 예능인 영입 경쟁

입력
2015.06.16 19:26
구독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정형돈. 한국일보 자료사진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정형돈.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기 드문 스카우트 경쟁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방송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와 개그우먼 안영미를 잇달아 영입하자 FNC엔터테인먼트가 개그맨 정형돈과 계약하며 맞불을 질렀다. 예능인 포섭 전쟁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최근 두 회사의 잇따른 예능인 영입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 밖에 없던 하루였다.

YG와 FNC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양현석 대표가 설립한 YG는 주로 가수 양성에 힘을 기우려 왔다. 빅뱅과 2N1이 대표적인 육성 성과다. 공연시장의 강자 FNC도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성호 대표는 2집까지 냈던 가수 출신이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AOA 등 가수 들이 회사의 간판 역할을 해왔다.

YG와 FNC의 영입 경쟁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의 ‘불꽃 영입’이 있었다. SM은 계열사 SM C&C를 내세워 강호동과 신동엽 김병만 이수근 전현무와 계약했다. 유명 방송인 싹쓸이라 할만도 했다. SM이 예능인 대거 영입에 나서자 YG와 FNC도 뒤따르는 모양새다. FNC에는 송은이와 문세윤, 이국주 등 유명 개그맨도 소속돼 있다.

음악에 집중했던 주요 가요기획사들이 예능까지 넘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방송가 대세로 자리잡은 예능의 힘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세 회사는 음악에서 출발했다고 하나 지향점은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종합’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예능인들을 받아들여 수성과 더불어 세력 확장을 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세 회사 모두 상장사라는 점도 예능인 영입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를 유지하거나 띄우기 위해선 유명 예능인 영입이라는 눈에 띄는 성과가 절실하다. 물론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목표도 상장사라는 위상과 무관치 않다.

대형 가요기획사들이 예능인 영입에 공을 들이니 이런 평이 나온다. “양(현석) 대표가 아예 채널 하나 만들려는 것 아닌가 싶다.”(dalt****) 가요에만 집중할 수 없고 덩치도 키워야 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속성에 대한 비아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의 예능인 영입 다툼의 정점은 아마도 유재석의 거취가 될 듯하다. 물론 기획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유재석은 아니겠지만.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