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병원 의사' 양성반응 누락, 당국이 은폐했나

입력
2015.06.04 04:40

격리되야 할 의료진 여전히 진료

첫 환자와 관련 없어 3차감염 추정

자가격리자 골프 치러 지방행

격리 대상 의사가 계속 진료도

3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주최로 '메르스 확산 방지 및 도민 안전을 위한 경기도의 특별 대책 촉구 기자회견' 이 열려 참가자들이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주최로 '메르스 확산 방지 및 도민 안전을 위한 경기도의 특별 대책 촉구 기자회견' 이 열려 참가자들이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682→759→1,364. 6월 들어 날마다 늘고 있는 중동호흡기후군(메르스) 격리 관찰자 숫자다. 5월 31일 120여명과 3일 발표된 1,364명을 비교하면 격리자는 4일 만에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격리자 폭증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허술해 메르스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메르스 의심 상태에서 사망한 25번 환자(57ㆍ여)를 치료한 경기도 한 병원 의료진은 격리되지 않은 채 환자들을 계속 진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합병원 외과의사 확진 은폐 의혹

서울의 S상급종합병원 의사가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A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보건당국이 3일 새벽 발표한 집계 현황에는 빠진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밀접 접촉자들을 파악해 격리조치돼야 하는데 오히려 보건 당국이 이를 누락해 고의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복수의 의료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사는 S종합병원 외과 전문의(38)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2일 저녁 A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이며, 보건당국은 이 의사가 어떻게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S종합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일부 의료진이 격리된 곳이나, 국내 첫 메르스 환자(68)와는 관련이 없어 이 의사는 3차 감염자로 파악된다.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해당 의사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내과가 아닌 외과의사라는 점이 의아하다”며 “이미 병원 관계자 다수가 알고 있었는데도 확진 판정 사실이 집계에서 누락된 이유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김용익 의원실에 “현재 재검 중으로, 은폐하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오면 알릴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확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격리 대상자가 진료하고 골프 치러 지방행

보건당국은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관리체계를 일부 강화했지만 구멍은 여전하다. 2일 자가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이 전북 고창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통제의 허점이 드러났는데도 보건당국은 도리어 “자가 격리를 제대로 했다는 반증”이라며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3일 브리핑에서 “유선 연락이 잘되지 않아 현장 확인을 지시했고, 외출 중임을 확인하고 경찰을 동원해서 자가격리를 구현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적발 후 “답답해서 바람을 쐬러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처럼 관리망을 이탈하는 사례는 사후 확인만 가능한 상황이다. 준 국가 비상사태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이유로 격리 구역을 벗어날 경우 사태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개인의 윤리 문제도 함께 지적되지만, 애초에 이런 식의 관리 자체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망 후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25번 환자(57ㆍ여)가 지난달 25일부터 치료를 받은 경기도 모 병원 중환자실 역시 의료진 상당수가 격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3일까지 격리돼야 할 일부 의료진이 출퇴근을 하며 계속해 환자들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지만 보건당국은 “코호트(한 건물 내에서 다른 환자는 모두 이동시키고 의료진이 정비된 개인보호구를 갖춘 가운데 메르스 환자만 진료)격리를 실시했다”며 원론적인 해명만 했다. 이 병원은 당국이 25번 환자 관리를 놓치는 바람에 6일 간 의료진과 환자들이 감염 무방비 상태에 놓였던 곳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춘천=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세종=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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