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암초 만난 '제 2의 중동 붐' 기대

입력
2015.06.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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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출입국ㆍ현지 조사 등 주춤

청년들, 일자리 진출 기피 우려도

유일호 국토, 직접 중동 방문 눈길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따른 후속 조치로 오는 12일 국내에서 ‘할랄식품 포럼’을 열기로 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탓에 고민이 많다.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 3명이 포럼 참석차 국내에 방문하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출입국이 차단된 상황은 아니지만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워낙 큰 것이 걱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가 국내에 입국해 행사에 참여해도 되는 지 보건복지부에 문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이 달 안에 원자력 인력양성 및 연구개발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카타르 현지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카타르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긍정적인 답변이 와도 걱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카타르에 가기 전 복지부 등 국내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서 실태조사를 진행해도 될지 여부를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 할랄식품, 원전, 건설ㆍ플랜트, 보건ㆍ의료 부문 등의 중동 진출을 활성화해 ‘제 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던 정부의 계획이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고 강조했던 청년의 중동 일자리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고용노동부는 중동 현지 간호사 일자리 등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메르스 공포가 점점 확산되는 상황에서 당장 중동에 나가 일하겠다고 나서는 청년이 있을 지 불투명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 청년들이 나갈만한 두바이나 원전이 건설된 지역은 사막과 완전히 분리돼 감염 매개체가 되는 낙타와 접촉할 일이 전혀 없다”면서도 “중동에 나가겠다고 하는 청년들의 도전 의지가 꺾일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가 밝혔던 사업 추진 시기보다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 내린 정부부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당초 이달 안에 관심 프로젝트에 대한 관계자 현장 방문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쿠웨이트 측과 일정 조율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 하반기에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쿠웨이트 보건부와 보건ㆍ의료 협력 협의’, ‘사우디아라비아 의료연수 확대 방안’을 올해 상반기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상대국에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은 상태다.

반면 메르스의 진원지인 중동을 직접 방문해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용감한’ 장관도 있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직접 메르스 진원지인 중동 국가를 방문해 일정에 따라 한-UAE 해수담수화 공동연구 MOU체결 등 후속조치를 챙기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 직원을 대동해 안전한 동선으로만 다니는 등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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