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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 포문 연 친박… '입 열면 일 커진다' 무대응 劉

입력
2015.06.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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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논의 모임서 노골적 압박… 서청원 "당내 양상이 바뀔 것" 가세

劉는 "드릴 말씀 없다" 만 반복… 10~14일이 당청 갈등 최대 분수령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도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당ㆍ청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여권에서는 그의 거취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공연히 주장했고 청와대는 당정채널 스톱까지 불사하며 유승민 체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2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내 세력이 둘로 갈라지는 사실상의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사퇴해야”

친박계가 주축이 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20여명은 이날 개정 국회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제정부 법제처장을 불러 개정 국회법의 위헌성을 두고 토론하는 자리였으나, 의원들은 작정한 듯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를 쏟아냈다.

이장우 의원은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식물국회에 이어 식물정부를 야기한 유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에서 실책을 해왔고 당ㆍ정ㆍ청 갈등에도 중심에 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남ㆍ김태흠 의원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앞서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오늘부터는 당내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내내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6월 임시국회 쟁점,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만 거론할 뿐 개정 국회법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역시 말을 삼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를 향해 유 원내대표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며 “청와대의 움직임을 당분간 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ㆍ청 갈등 사태의 분수령은 10일부터 대통령이 방미하는 14일까지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지는 기간이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국회가 5일 개정 국회법을 정부에 송부한 뒤 15일 내에 해야 하는데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10일까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최악의 사태 막자”는 중재론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태까지 치달아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본회의 재의결에 붙여질 경우 우리 당 160명 중 60~70명만 찬성해도 야당과 함께 가결 정족수(출석의원의 3분의 2)가 된다”며 “이 경우 청와대나 친박계와는 끝장이 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의결은 무기명 투표라서 부결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해진다.

현재의 당ㆍ청 갈등을 사실상의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간의 대립으로 보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노선을 포함한 당의 쇄신을 원하는 개혁 세력과 이를 원치 않는 구주류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목에서 분란을 원치 않는 김무성 대표의 역할론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어떤 식으로든 교감을 해 최악의 사태를 막으리라는 것이다.

당에선 실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법리 논쟁을 표방한 정치 공방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검사 출신인 장윤석 의원은 이날 “개정 국회법은 ‘시정 통보권’을 ‘시정 요구권’으로 개정했을 뿐 ‘시정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강제성을 도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 자료를 냈다. 장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메르스 확산 대책, 6월 임시국회 등에 골몰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듯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o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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