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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책임을…" 친박 의원들 작심한 듯 유승민에 집중타

입력
2015.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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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ㆍ원칙 어긋나 국가 근간 흔들, 유승민 체제 후 당청 갈등 심화"

새누리 최고위원회의 성토장 변모, 오늘 긴급 세미나

靑, 친박 통해 불만 표출 해석… 朴 거부권 행사 땐 고위험 불가피

김무성(왼쪽 세 번째)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다른 최고위원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김무성(왼쪽 세 번째)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다른 최고위원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당ㆍ청 갈등이 개정 국회법을 둘러싸고 폭발직전까지 다다랐다. 여당에선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행사한다면 당ㆍ청 관계는 회복 불가능 상태로 곤두박질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승민 성토장 된 새누리당 최고위

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원내지도부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모법의 취지에 반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한 국회법 98조2의 3항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협상을 이끈 유 원내대표를 정면을 겨냥했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 개정 국회법은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거취까지 거론했다. 이 최고위원은 작심했다는 듯 미리 준비해온 A4 3쪽 분량의 메모를 강한 어조로 읽었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자성을 촉구했다. “개정 국회법이 통과된 지 사나흘도 되지 않아 야당은 모든 시행령을 손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는데 가관”이라며 “(법안을 합의 처리한) 우리 당이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개정 국회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가세해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ㆍ청 갈등은 갈수록 심화했다”며 “청와대ㆍ정부와 깊은 조율을 근거로 야당과 협상해야 함에도 협상의 결과가 늘 당ㆍ청 갈등”이라고 비난했다. 최고위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동안 유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친박계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친박 초선인 김태흠 의원은 “권한을 위임 받고 처리한 사안에 문제가 생겼으니 사퇴를 포함해 책임 또한 유 원내대표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박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을 주제로 2일 긴급 세미나 개최를 예고해 집단 대응까지 시사했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의 ‘하이리스크ㆍ하이리턴’ 게임

당내에서는 유 원내대표를 향해 쌓아뒀던 청와대의 불만이 친박 의원들을 통해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심은 과연 박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할지 여부다. 재의결을 요구할 경우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실제 정치적 생명을 건 한판 싸움이 불가피해진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인데 재의결은 무기명 투표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재의결이 안될 경우엔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재의결이 될 경우엔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원내지도부가 위험이 높을수록 이익도 많은 ‘하이리스크ㆍ하이리턴 게임’을 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집단 행동을 극단적 조치가 아닌 일종의 경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정 국회법에 시행령 수정의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야당과 합의 정리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말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에 나서 사태를 봉합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중대사를 처리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일”이라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안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로 회의를 마무리 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 측은 가급적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가정을 상정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나 친박계의 위헌 논란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o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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