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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판사, 사채왕에 1억여원 요구해 집 근처서 받았다

입력
2015.02.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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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시절 소개받아 수차례 법적 조언… 친형 통해 돈 갖다 쓰며 이자 안 주고

병문안 오자 1000만원 받아 챙겨… 대법, 비위 조사 맡을 독립기구 설치

사채업자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수원지법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판사가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사채업자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수원지법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판사가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명동 사채왕’ 최진호(61ㆍ수감 중)씨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최민호(43ㆍ사법연수원 31기) 수원지법 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최 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한 한국일보의 첫 보도(2014년 4월 8일자 1면) 이후 10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5일 최 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 판사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최씨로부터 법원과 검찰에 걸려 있는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으로 총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판사는 검사 시절인 2008년 12월 부천지청에서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최씨를 친척 소개로 처음 만났다. 최 판사는 최씨의 부탁을 받고 검사에게 사건 처리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판사로 전직해 청주지법으로 발령이 난 뒤에도 계속 최씨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 받아 법적 조언을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본격적으로 돈이 오간 것은 2009년 2월부터였다. 최씨의 친형(64)을 통해 전세자금 3억원을 빌리고 같은 해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갚았지만 이자는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 판사가 지급했어야 할 464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불법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고, 범죄 혐의에 포함시켰다.

최 판사는 전세자금을 다 갚고는 곧바로 최씨에게 1억5,000만원의 돈을 요구해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받아내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듬해 3월에는 병문안을 온 최씨로부터 현금으로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 해 12월에도 “진정 사건이 있는데, 처리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최씨에게서 현금 1억원을 받았다. 당시 최씨는 사채 거래 상대에게 이자만 먼저 받고 돈은 빌려주지 않아 청주지법에 진정이 됐으며 진정서에는 최 판사의 이름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당시 주변에 “청주지법에 부장판사로 근무하는 친동생”이라며 최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현직 판사 초유의 뇌물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이날 ‘법관 비위에 대한 감사기능 강화 및 재판의 신뢰 보호를 위한 대책’을 긴급히 내놨다.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법원 감사위원회’(가칭)를 독립기구로 설치해 주요 비위 사건 조사를 맡기고, 비위 의혹이 제기될 경우에는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수사의 진행 단계에 따른 조치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최 판사에 대한 징계절차에도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사채왕 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검찰 수사관 2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쯤 재판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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