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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왕도 영화 '타짜'처럼… 별장서 '호구' 잡아 수억원대 사기도박

입력
2015.02.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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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 뒷돈 준 최씨 추가 기소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영화 '타짜'의 한 장면.

‘명동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 일당이 수억원대 사기도박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최민호(43ㆍ구속) 수원지법 판사와 검찰 수사관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최씨 일당은 2011년 재력이 있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피해자, 속칭 ‘호구’(사기도박 피해자)를 물색해 사기도박장으로 끌어내기로 했다. 이들은 영화 ‘타짜’처럼 피해자를 도박판으로 유인하는 ‘꽃뱀’,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도박판에서 바람을 잡고 도박에 참가하는 ‘바람막이’와 ‘선수’, 직접 손기술을 이용해 사기도박을 하는 ‘타짜’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호구로 찍힌 피해자 A(71)씨는 그 해 11월 강원 속초시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일당의 말에 속아 H콘도에 일당이 차려놓은 사기도박장에 발을 들였다. 애초 일당이 식사와 한약 등을 제공하면서 환심을 사 왔던 탓에 A씨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한 채 속초로 함께 여행을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A씨가 수중에 목돈이 없다고 하자 6,500만원이라는 거액의 도박자금을 빌려줬다. 이후 기본 3점을 1만원으로 하고 1점 추가할 때마다 2만~3만원을 내는 고스톱, 화투패 중에 돼지그림이 있는 화투장을 가진 사람이 무조건 30만~40만원의 판돈을 먹는 속칭 ‘돼지먹기 고스톱’으로 A씨 돈을 빼앗았다. 검찰 관계자는 “일당이 데려온 70대 남성 타짜가 손기술을 부려 돼지 화투패를 A씨만 빼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하루 밤새 6,500만원을 다 잃고 며칠 후 꽁지에게 송금했다.

A씨는 도박장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한달 뒤에도 충북 제천의 한 별장에서 최씨 일당과 함께 도박을 했다. 이날 자신의 별장을 도박장으로 제공하고 도박단에게 판돈 1억원을 마련해준 ‘모도꾼’ 역할을 한 것이 사채왕 최씨였다. 수법은 한 달 전과 같았다. A씨는 결국 가지고 간 돈은 물론 그 자리에서 빌린 2억8,000만원까지 5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다.

일당 중 한 명은 ‘동패’(같은 편이 돼서 수익이나 손실을 나누는 약속)를 제안해 A씨가 사기도박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도록 했다. 실제 A씨는 돈을 잃고서도 동패가 같이 손해를 입었다며 미안해했고, 일당은 빌려준 2억8,000만원 중 3,000만원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선심까지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또 최씨가 친형과 함께 B씨에게 200억원을 하루 동안 빌려준 뒤 이자로 4억8,000만원(연이율 876%)을 받는 등 2010년 한 해 동안 30차례에 걸쳐 소위 ‘찍기’ 방식으로 18억5,000여만원의 이자를 불법 수령한 사실도 적발했다. 찍기는 업체가 거래은행에 현금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을 때나 회계감사시 자금 사정을 속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현금을 채워 넣는 것을 가리킨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최씨 형제와 서모(62ㆍ여)씨 등 5명을 사기도박을 한 혐의(사기), 법정이자율 49%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은 혐의(대부업법위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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