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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에 돈 받은 판사, 며칠 전까지 재판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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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거래 감추려 제3자 내세워, 3000여만원 용돈 등 명목
대법 첫 보도 후 "팩트 부정확" 운운 '제 식구 감싸기' 신뢰 추락 자초
검찰은 '명동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로부터 3억원이 넘는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최민호(43) 판사를 18일 긴급체포한 데 이어 19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근까지도 일선에서 재판을 해 왔던 현직 판사가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초유의 대형 부패사건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 현직 판사에 대한 이례적인 긴급체포
최 판사에 대한 긴급체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현직 판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 자체가 검찰로서는 상당한 부담인데 조사 도중 곧바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 판사는 사채왕 최씨의 수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로 2009년 초부터 3억3,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전세자금으로 빌린 돈이며 나중에 다 갚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3억원은 또 다른 지인 최모씨로부터 빌린 돈이라며 이를 갚은 거래 내역도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 결과 이들 사이에 돈이 오간 시기에 사채왕 최씨가 지인 최씨에게 3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파악했다. 사실상 사채왕 최씨가 제3자를 거쳐 최 판사에게 3억원을 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최 판사는 17, 18일 소환 조사에서 이 같은 계좌추적 결과 등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상당히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긴급체포의 이유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을 감안했다”고 할 정도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또 지인 최모씨 외에도 최 판사의 친인척 한 명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판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증거 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전격적으로 긴급체포에 나선 것이다.
● 현직 판사 금품 사건에 사법부 신뢰 추락
최 판사의 체포는 사법부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 등이 아닌 거액의 금품 수수 논란으로 현직 판사가 긴급체포를 당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초유의 일이다. 더욱이 검찰은 전세자금 명목의 3억원 외에도 사채왕 최씨가 최 판사에게 3,000여만원의 돈을 용돈 등 명목으로 줬다는 단서를 포착, 둘 사이에 일상적으로 검은 돈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이라면 법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인 판사로서 도덕성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재판을 해 왔던 판사가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가 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신뢰에 있어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법조브로커 사건인 ‘김홍수 게이트’와 관련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 때도 현직으로서 체포되는 수모를 겪지는 않았다.
최 판사가 근무하는 수원지법에서는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까지도 긴급체포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법원 역시 최 판사의 체포 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대응책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대법원은 긴급체포 사실이 공개된 직후 “2014년 4월 (한국일보의) 최초 언론 보도 후 3회에 걸쳐 최 판사를 조사했으나 본인이 비위 혐의를 부인했고, 강제수사권이 없는 한계로 인해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부정확한 팩트를 기초로 보도가 나오고 그로 인해 사법 신뢰에 타격이 오게 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던 사실에 비춰 대법원이 비위를 엄중히 조사하는 노력보다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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