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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 돈 받은 판사' 법원 내부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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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표 수리 않고 징계절차" 최고 수위 정직 1년… 실효성 의문
"9개월 前 최 판사 비리 제기 때 업무서 왜 배제 안 했나" 지적도
‘명동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민호(43) 수원지법 판사가 체포된 이후 법원 내부에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내놓는데 그쳤다.
대법원은 20일 오후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최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직 판사에 대한 징계 최고 수위가 정직 1년에 불과해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또 최 판사가 경력법관제도를 통해 검사에서 판사가 된 점에 주목, “경력법관 임용시스템 전반을 재검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력법관 임용 시 재산관계 검증 방법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이를 위해 윤리감사관실의 조사권 부여 등이 가능한지 법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선 제2의 최 판사 사태를 막기 위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9개월 전 최 판사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직후 대법원이 그를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선재성 부장판사에 대해선 의혹 제기 즉시 사법연수원으로 발령을 내는 등 과잉이라고 할 만큼 즉각 대응했지만 최 판사에 대해선 본인의 소명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재판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우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누군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사건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법원은 한국일보의 첫 보도가 나간 지난해 4월 8일 오전 “검찰이나 경찰에서 내사 중인 내역이 없다. 부정확한 팩트를 기초로 보도가 나오고, 그로 인해 사법 신뢰에 타격이 오게 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러나 며칠 뒤 검찰이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고, 대법원은 이후에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당시 법원 수뇌부에서는 최 판사에게 ‘당당하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의혹에 확실히 맞서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최 판사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이상하게 느꼈지만 대법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역시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는 최 판사의 소명만 믿고 “정정보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 판사는 개인과 사법부 전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 관하여 손해배상청구 등 법에 따른 모든 절차를 통하여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에서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이 최 판사의 말을 지나치게 신뢰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고위법관도 “성 원장이 최 판사의 소환 소식을 듣고 먼저 사표를 쓰라고 했지만 ‘소명하고 끝낼 것’이라며 거부했다고 들었다”며 “(수원지법원장이) 대법원 등에 좀 더 강하게 문제를 지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최 판사를 구속했다.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소명되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피의자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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