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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판사 뇌물혐의 체포… '법조 게이트' 번지나

입력
2015.01.19 19:11

‘명동 사채왕’ 최모씨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수수 의혹을 받아 온 수원지법 최민호 판사가 그제 검찰 소환조사 직후 긴급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최 판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 한국일보 단독 보도 이후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이다.

현직 판사가 영장 청구에 앞서 긴급체포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범죄 혐의가 중하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일부 관련자가 (최 판사의)친인척이어서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하면 진술번복 권유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최 판사가)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사채왕 최씨는 2008년 마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도움을 청할 법조인을 찾는 과정에서 당시 검사였던 동향의 최 판사와 인연을 맺었다. 최 판사는 법원으로 옮긴 직후인 2009년 초부터 최씨에게서 수시로 금품을 받았고 수사자료 검토 등 도움을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최 판사가 전세자금 등 3억여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주식투자 자금 등 3억여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사법처리 여부를 단정할 수 없지만 현직 판사가 사채왕의 뒤를 봐 주고 검은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현직 판사의 거액 금품비리는 2006년 법조브로커에게서 1억원을 받아 구속기소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후 처음이며, 금품수수 액수로는 역대 최고여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수사관 3명도 최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고, 현직 검사 및 경찰의 연루설도 제기됐다. 법원과 검찰, 경찰 등을 망라한 대형 ‘법조 비리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대법원은 어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사과했지만, 그간 안이하게 대처해 온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법원은 최 판사의 소명만 듣고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최 판사는 최근까지 재판업무를 하다 검찰 소환 직전에야 사표를 냈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징계절차를 밟는 것이 당연한데 법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흐렸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걱정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추락한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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