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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崔판사가 제3자에 빌렸다는 3억원은 사채왕 돈

입력
2015.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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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 계좌추적서 드러나, 사채왕 내연녀도 수차례 조사

현직판사 소환에 사법부 타격

검찰이 ‘명동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모(43) 판사를 전격 소환한 것은 10개월 간의 수사를 통해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 판사는 애초 대법원에 계좌자료까지 제출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당시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판사는 2009년 초부터 전세자금 3억원, 주식투자 명목으로 별도의 3억원 등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중에서 2009년 초 전세자금으로 받은 3억원의 혐의를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최 판사는 “전세자금 3억원은 제3자에게 빌린 것이고, 이후 갚았다”며 계좌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하면서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 추적결과, 최 판사에게 전세자금을 빌려준 제3자에게 사채왕 최씨측이 3억원을 입금한 것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 판사가 제3자를 통해 최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그 동안 최 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차근차근히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수 차례 강조해왔다. 최 판사 본인이 워낙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다, 현직 판사에 대한 수사라는 부담 때문에 검찰은 수사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현직 판사를 자신 있게 불러 조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검찰은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더불어 제보자이자 최씨의 내연녀인 A씨를 수 차례 불러 반복 조사해왔다. 또 A씨가 최씨의 범죄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술해 놓은 사실확인서와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음 파일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씨와 최 판사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정황 조사도 진행해왔다.

현직 판사가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종종 있었지만, 금품 수수 논란으로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과거 있었던 현직 판사의 금품 수수 사건으로는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인 ‘김홍수 게이트’와 관련해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최근에는 직무와 관련한 업체로부터 투자 정보를 듣고 1억원 가량 투자 이득을 본 선재성 당시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가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선 부장판사는 법정관리 사건을 맡아 ‘황제 노역’당사자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전횡을 막으려다 허 전 회장측의 투서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일반 비리 사건과는 성격이 달랐다.

한 법조계 인사는 “당장 현직 판사라는 점 때문이라도 사법부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검찰이 10개월 가까이 수사를 하는 동안 내부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최 판사가 검사시절 최씨를 알게 됐고, 검찰 수사관들도 다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확인돼 법원과 검찰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범죄 첩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의혹이 보도된 뒤에야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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