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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 '사채왕 뒷돈' 의혹 판사 내사만 6개월째

입력
2014.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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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원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강철원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한국일보 1면 ‘현직 판사가 사채왕에게 3억 받아’라는 제하의 보도 관련 검찰이나 경찰에서 위 사안에 관해 내사 중인 내역이 없으며 한국일보 보도는 오보임. 부정확한 팩트를 기초로 보도가 나오고 그로 인해 근거 없는 사유로 사법 신뢰에 타격이 오게 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함.”

4월 8일자 한국일보 1면 보도에 대해 대법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기자는 판사의 개인비리 의혹에 관해 보도했는데 ‘이상하게도’ 대법원이 입장을 냈다. ‘오보’와 ‘부정확한 팩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일보 보도를 받아쓰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협박’이 먹혔는지 언론은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당일 저녁 검찰은 해당 첩보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해 내사에 들어갔다. 경찰이 내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지났다. 지나치게 긴 내사 기간도 그렇지만, 검찰은 마지 못해 수사한다는 인상을 풍겨왔다. 사건에 의욕을 보였던 주임검사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수사팀에 파견 보내더니 지난달 말에는 정기 인사철도 아닌데 아예 교체해버렸다. 수사과정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중요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를 중간에 교체하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검찰 고위층에서는 “제보자 말을 믿을 수 없다” “언론 보도가 너무 앞서나간다”며 수사결과를 예단하는 발언도 나왔다.

검찰이 이 사건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검찰의 치부까지 들춰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판사는 검사 출신이며, 검사로 재직할 때 사채왕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수사관들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온 상태다. 심각한 ‘법조비리’에 가까운 사건을 파헤치기가 껄끄러운 게 아닐까. 더구나 검찰은 2013년 구체적인 첩보를 입수하고도 1년 가까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금품수수 수사관의 혐의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고 한다.

의혹과 관련해 아직 보도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기로 했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권위를 내세워 보도를 ‘오보’로 섣불리 규정했던 대법원과, 사건을 질질 끌고 있는 검찰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 사건을 검찰에 앞서 내사했던 경찰 측 인사는 “우리는 언제라도 수사할 준비가 돼있다. 현직 검사까지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내용에 신빙성이 없어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신속하게 내사종결을 하기 바란다. 그래야 경찰이라도 본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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