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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월호 해법’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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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연구에 있어 ‘접근법(approach)’이라는 것이 있다. 한마디로 정치현상을 연구하는 서로 다른 방식 혹은 관점을 의미한다. 접근법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탐구하는 질문을 구성하고, 우리가 얻는 해답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 논의는 주로 다음의 두 가지 접근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첫째, ‘행태주의(behavioral) 접근법’으로서 정치권의 행태와 정치 리더십의 관점에서 세월호 정국을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논의다. 주지하다시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위기는 여당의 무책임과 야당의 무능, 그리고 여야 간 대치와 갈등 등 정치권의 비정상적ㆍ비생산적 행태에 기인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여야 정치리더들의 리더십 실패와 정치력 부재에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통령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불관언의 무책임한 자세를 견지해오더니 최근에는 진상조사위에 대한 수사ㆍ기소권 부여는 절대 불가하며 세월호법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서 입법권의 권위를 훼손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법에 있어서도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정치력과 통 큰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실제 진상조사위의 수사ㆍ기소권을 고집하지 않는 대신 특검 추천권에서 추가 양보를 얻어 내는 절충안이 논의되고 있다.
둘째, ‘제도주의(institutional) 접근법’으로서 정치인들의 행태보다는 정치제도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세월호 해법’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세월호 정국의 위기는 정당정치의 총체적인 실패로서 단순히 정치권의 관행과 리더십 차원의 해법을 넘어 제도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정치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관점이다. 즉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당 독과점 구조 하에서 여야 양대 정당은 대다수 국민은 안중에 없이 계파갈등과 적대적 갈등정치를 일상화하고 있으며 여기서 해법은 선거제도의 개혁, 특히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해 제3 정당의 등장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양당 독과점 구조를 깨고 다당적 경쟁 구도와 합의 정치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리더십도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개인적 통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로 이해하면서 분권형 개헌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자 한다.
‘세월호 해법’ 모색에 있어 행태주의 접근법과 제도주의 접근법은 모두 중요하다. 한마디로 정치의 행태적 변화와 제도개혁 모두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두 접근법 공히 정치권 혹은 ‘정치사회’의 시각에서만 문제를 접근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시각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세 번째 접근법인 소위 ‘시민사회(civil society) 접근법’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의 과도한 정치화와 진영논리에 대한 우려와 일베(일간베스트)의 폭식투쟁과 같은 극우 세력의 일탈적인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과거와는 달리 정치권이 꽉 막혀 있을 때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도덕적ㆍ정치적 권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반의회주의와 입법권 침해를 내세워 시민사회의 정치적 관여와 역할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 앞서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세월호 해법에 있어 3자 협의체나 사회적 협의체 같은 거버넌스 방식은 시민사회의 노력과 정치사회의 전향적인 자세 여하에 따라 아직 유효한 방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 접근법’과 관련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월호 해법에 대한 공론조사, 세월호 진상규명 사법 과정을 감시하는 시민검증 위원회, 세월호 유가족이 이끄는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 캠페인 등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제시한 바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세월호의 비극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현대 위험사회의 복합적 위험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건으로서 국가의 일방적인 대처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넘어 시민사회의 참여 및 통합적 대응과 예방적이고 성찰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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