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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세월호 상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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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영성가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안셀름 그륀(69) 신부가 상처로 가득한 ‘세월호의 대한민국’을 찾았다. 5년 만의 방한이자 다섯번째 방문이다. 방한 이틀째인 27일 한국 언론과 마주한 그의 입에선 ‘항의’와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나왔다. “과거 방문과 비교해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가 느껴지느냐”는 질문을 받고서였다.
항의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뜻했다. 그륀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기도회를 봤다”며 “잘못된 정부를 향해 항의하는 움직임이 5년 전 보다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심리학에도 정통한 그는 인간의 치유를 돕는 사제다. 일반 심리학은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는 데 도움이 될 뿐 치유가 불가능하지만, 하느님 앞에 상처를 드러내면 영성을 통해 치유와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영성 심리학자다. 그는 현재 독일의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피정의 집’에서 사제들에게 영적 상담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을 한다. 대중은 늘 그에게 ‘치유와 행복에 이르는 길’을 구한다.
그런 그가 한국 사회의 상처가 치유되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공동체 안에서 참사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상태로 보입니다. 고통을 통해서 사람들이 연대의식을 느끼는 건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참사가 발생한 원인을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언급했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피해자나 국민의)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걸까. 그륀 신부는 “정부가 국민의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며 “나아가 더 이상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재난을 완전히 근절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제도를 개선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진정성 담긴 정부의 태도와 노력이 상처 치유에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그것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또 하나, 한국 사회에서 그가 본 것은 “스펙을 쌓느라 청년들이 겪는 스트레스”였다. 그륀 신부는 “과거에 비해 한국 사회가 돈과 물질을 너무 좇는 걸 느꼈다”며 “가치와 영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종교가 있든 없든 행복한 삶이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륀 신부는 “자기의 온 감각을 동원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집중하라”며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를 하거나 무엇인가를 선사할 때도 우리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행복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행복은 살 수 없어요.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늘 자기 안에서 내적으로 일치를 이루면 불행한 일을 겪어 표면적으로는 흔들릴 지라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는 26일 입국해 28일 독일로 돌아갔다.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프란치스칸 사상연구소가 27일 주최한 영성학술발표회에서 있었던 그의 강연에는 600여명의 대중이 몰렸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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