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 투쟁 비난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대화" 재협상 여지

입력
2014.08.26 19:28

유족과 징검다리 3자 대화 국면 "여권이 돌파구 마련" 여론 부담

새누리당 이완구(가운데)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왼쪽)이 26일 원내대책회의를 위해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누리당 이완구(가운데)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왼쪽)이 26일 원내대책회의를 위해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오른쪽)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징검다리 대화’ 국면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접촉하면서 사실상 여야ㆍ유가족 3자간의 대화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여론에 새누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외견상 파행 속 사실상의 3자 대화 본격화

여야 원내대표간 세월호특별법 재합의가 무산된 지 일주일째인 26일 정국은 외견상 극한 대결로 치달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3자 협의체 구성 거부에 반발해 전날 밤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데 이어 이날부터는 예결위원회 회의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9개월 만에 원내외 병행투쟁에 다시 돌입했다.

여권도 강경모드로 일관했다.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 거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 비난했다. 또 민생ㆍ경제활성화 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자체 민생탐방을 통해 야당을 민생 외면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런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여야간 대화의 물꼬 역시 서서히 가닥을 잡아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협상 절대 불가’를 외쳐온 새누리당이 유연성을 보이기 시작한 점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도 “국정의 한 축인 야당을 존중해가며 인내심 있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앉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수일째 여야간 협상 창구가 꽉 막힌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도 동분서주했다. 전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를 잇따라 만난 데 이어 또 다시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27일엔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와 다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국정운영 무한책임”… 고민 깊어지는 與

이처럼 세월호 유족의 여야 개별 접촉을 매개로 사실상 여ㆍ야ㆍ유족간 3자 대화가 굴러가기 시작하자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권의 장외 투쟁으로 8월 임시국회에 이어 정기국회까지 파행을 겪으면 민생ㆍ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처리가 늦춰지고, 그 결과 경제활성화에 맞춰진 여권의 국정운영 기조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담으로 새누리당은 일단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재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 원내대표가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낸 건 여야가 다시 합의안을 만들어내자는 사인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 원내대표가 전날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기존 합의안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유가족 측이 전한 대목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소 과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지만, 특별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 본격적인 재협상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새누리당 내부에선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 부여 요구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 단호하지만,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서는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유가족의 요구대로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에 특검후보추천위원 국회 몫 4명을 모두 주거나 여당 몫 2명을 유가족이 추천하고 새누리당이 동의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솔직히 말해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권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서 “결국 실질적인 협상은 유가족과 하더라도 형식상으로는 야당과 최종 결론을 내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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