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유가족도 양보해야"

입력
2014.08.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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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 이용 안돼" 발언 논란

유가족 고통 함께한 교황과 대조

26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26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26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26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진의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염 추기경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해결할 때 그 아픔을 자꾸만 누가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뜻을 묻자 염 추기경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성경 구절을 예로 들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찾아와 로마 황제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낼지 말지를 묻자 예수가 한 답변이다.

염 추기경은 “당시 예수는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정의는 결국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한다고 생각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고통 받는 사람을 대신한다면서 실상은 자기가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순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염 추기경은 유가족 측에 양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생각대로 다 이뤄지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선에서는 가족들도 양보를 해야 (정치권과) 서로 뜻이 합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염 추기경은 그러면서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정치권 사이의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추기경이기에 앞서 국민으로서 정치권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가족 측의 요청으로 광화문 광장을 찾은 사실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측은 “여야가 가족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합의 내용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도록 요청해달라”는 뜻의 편지를 전했다. 이후 염 추기경이 물밑 중재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염 추기경에게 전화해 약 10분간 통화를 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 방한 중 정부 기관과 관계자들이 도와줘 감사 드린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행사가 잘 치러져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 해법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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