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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문장 큰 의자 늘 고사 작은 의자에… 서명도 조그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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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교회가 가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천주교 주교단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때 가난한 자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교회의 목적이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한 이후 줄곧 "낮은 자를 바라보라" "교회 밖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교황방한위원회(방한위)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의미를 “모두에게 평화의 일꾼이 되기를 촉구하는 방문”이라고 말했다. 1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배웅하고 난 뒤 언론과 마주한 자리에서다.
강 주교는 “교종은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게 아니고 정의의 결과라고 했다”며 “정의가 넘쳐 흐르게 해 평화의 기본 바탕을 만들라는 광범위한 소명을 남긴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강 주교는 평소 황제의 이미지가 배인 ‘교황’ 대신 ‘교종’이라고 부른다. 강 주교는 “교종이 여러 계층을 향해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며 “(한국 천주교회가) 차분히 앉아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모으고 다져가야 되리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방한위 집행위원장인 조규만 주교는 “교황께서 한국땅에 작은 씨앗 하나를 뿌리고 가셨다”고 표현했다. 다음은 강 주교, 조 주교와의 일문일답이다.
_교황 방한 내내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 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행동과 메시지는.
강우일 주교(이하 강)=“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방문하실 때 기념으로 사인을 남기려고 커다란 마분지를 준비했다. 한쪽에는 교황 문장을 새긴 종이였다. 그런데 교종은 한 귀퉁이에 돋보기를 써야 보일까 말까 할 정도로 작게 ‘프란치스코’라고 서명했다. 지켜보던 주교들이 다 웃었다. 일부러 조그맣게 쓰신 거다. 또 방문하는 곳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교황 문장이 새겨진 큰 의자를 준비했는데 단 한번도 앉지 않았다. 늘 조그마한 의자에 앉았다. 평소 자신을 얼마나 낮추고자 하시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규만 주교(이하 조)=“가난한 사람들을 단순히 물질적으로 돕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우리와 함께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하셨던 행동도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을 보며 ‘예수가 바로 저런 모습이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번 방한으로 한국 땅에 작은 씨앗 하나 뿌리고 가셨다.”
_교황의 방문이 우리 국민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강=“세계적인 지도자이면서도 가장 낮은 사람에게 가장 기쁘게 다가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지도자상도 그렇게 발전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종은 우리나라에 대해 비판하실 것은 하시고 격려하실 건 격려하고 가셨다. 국가를 운영하는 분들이 사회의 화합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_교황의 메시지가 한국 교회에 전달하는 의미 큰데.
강=“교종이 여러 차례 여러 계층을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가 좀더 차분하게 앉아서 고민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을 모아야 하리라고 본다. 주교회의에서도 우리 교회가 방한의 다음 단계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보자는 대화를 나눴다. 10월에 있을 주교회의 총회 이후 윤곽이 나올 것 같다.”
_이번 교황 방한 의미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다른 사람이 바뀌기 바라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가 교황에게 뭘 배웠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한다. 나 자신에게도 교황이 좋은 모델이 됐다.”
강=“이번 방문은 우리 모두를 향해서 ‘평화의 일꾼이 돼라’고 촉구하는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게 아니고 정의의 결과라고 말씀했다. 평화의 기본 바탕을 만들라는 광범위한 소명을 우리에게 준 방문이었다고 본다.”
_교황이 출국하며 특별히 남긴 메시지가 있나?
강=“간곡하게 ‘날 위해 기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 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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