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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법전서 대신 성경 들고… 정의 숨 쉬는 길로 걷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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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통역 정제천 신부, 사시 준비하다 사제의 길 화제
“육법전서를 버리고 기도로 세상을 바꾸기로 마음을 고쳐 먹은 사람.”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행, 통역하며 한국인과 다리 역할을 하는 정제천(57ㆍ사진) 신부다. 정 신부가 한때 법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 법학도였다는 사실을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개했다. 이 전 수석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판검사의 길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분,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으니 그 분을 잊을 수 없다”며 정 신부와 얽힌 얘기를 풀어놓았다. 이 전 수석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신부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정의롭지 않은 세상을,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자유와 정의와 평화가 숨 쉬는 세상으로 바꿔보려 했다.”
정 신부는 그러나 사제가 됐다. 고시 공부를 때려치우고 1990년 2월 예수회에 입회했다. 이후 스페인 코미야스 교황청대에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유학했고 1996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스페인 유학에서 돌아온 그를 이 전 수석이 만나 물었다고 한다. “왜 판검사의 길을 포기하고 사제의 길을 갔느냐.”
정 신부의 답은 이랬다. “전두환 신군부에서 출세하기 싫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느님이 부르셔서, 주저 없이 육법전서를 버릴 수 있었다. 대신 성경을 들었다.”
이 전 수석은 “기도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정 신부의 꿈이 이루어지기리 간절히 바란다”고 남겼다.
정 신부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곁을 따르며 통역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의 모국어인 스페인어에 능통한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교황이 속한 예수회 소속이기도 하다.
정 신부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 중인 교황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애타게 부르자 교황에게 이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교황이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할 때에도 통역을 했다. 정 신부는 6월초 예수회 차기 한국관구장으로 임명돼 9월부터 한국관구를 이끌 예정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일정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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